대학원 졸업했습니다!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비자가 없을 때 해결하는 방법

대학원 졸업했습니다!
Photo by Vasily Koloda / Unsplash

이 글은 지난 2023년 2월 24일에 작성한 글을 옮긴 글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다녔던 대학원이 어젯밤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드디어 끝났다. 일단 스스로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대학원을 다니고, 그 대학원을 조금이라도 빨리 졸업해 보겠다고 더 많은 수업을 들었다. 어떤 학기는 교수님이 너무 빡세서 퇴근하고 새벽 4시까지 숙제를 해야 했다. 그리고 끝이 아니라 교회 사역과 블로그, 운동까지.

정말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고 과연 끝이 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떻게 잘 마무리했다. 나도 고생이 정말 많았지만, 수업 때문에 받은 큰 스트레스로 늘 학교 수업과 숙제가 있는 날이면 내 눈치를 보면서 집 안에서 조용히 도망 다녀야 했던 아내도 참 고생이 많았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외국인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대학원

내가 지난 1년 반 동안 다닌 대학원은 사실 내가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교를 간 건 아니다. 21년 말에 나눈 근황 토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혼 후 미국에 왔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알아보다 보니 Harrisburg University라는 2년짜리 온라인/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대학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특이하게 모든 대학원 프로그램이 졸업 후 3년의 OPT가 나오는 STEM Program이었고, 또 정말 특이하게 입학 첫날부터 바로 CPT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보통 다른 대학원 프로그램은 이공계열이 아닌 이상 STEM OPT를 쓰지 못하고, 또한 최소 1년을 다닌 이후부터 CPT를 쓸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비도 $30,000이 조금 안 되는 다른 대학원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물론 이것도 당연히 싼 건 아니다.

물론 위의 조건을 보면 너무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큰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수업 퀄리티이다. 애초에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 나같이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비자가 없어서 그런 경우가 99%이다. 그러다 보니 커리큘럼이나 수업 퀄리티가 매우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이 아닌, 말 그대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학비를 내고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학교 다니면서 참 힘들었던 것들

1.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었었던 것

미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마음이 어려웠던 시기가 많은데, 특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학생 비자가 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서 일을 시작하지 못했던 때가 가장 어려웠다.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이제 기본기를 잘 배워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갑자기 백수가 됐다. 그래서 뒤처지는 것 같아 조급했던 때가 있다.

나는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이렇게 내 커리어는 끝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려고 스마트 스토어 창업도 알아보고 알바 자리도 알아봤다.

그러다 결국 22년 2월에 비자가 나오면서 다시 취업 준비를 해서 우여곡절 끝에 심플한 협업 CRM을 만드는 초기 B2B 스타트업 Relate에서 일하게 됐다.

2.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학교 숙제가 발목을 잡을 때

나는 기본적으로 일 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가치를 크게 두는 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고, 무엇을 하든 그냥 적당히 시도해 보고 경험하는 데 의미를 두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한테 '시간'이라는 자원은 정말 중요한 자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원 숙제가 정말 많았고, 나는 보통 학생의 1.5배의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숙제가 정말 정말 많았다.

가뜩이나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이 일주일에 최소한 10시간 이상을 써야 한다면 멘탈을 유지하기 정말 어렵다.

정말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도 나는 멘탈 관리를 잘하는 편인데, 내가 기억하는 인생에서 스트레스 관리를 아예 포기하고 늘 화가 나있고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살았던 시기도 지난 1년 반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였다.

다행히도 작년 늦가을부터 시작해서 어제까지 진행된 마지막 학기는 여러 요령을 찾아서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했던 것 같다.

역시 인생은 존버...!

대학교를 졸업할 때와 정말 다른 기분이다. 대학교 졸업할 때도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정말 기분이 좋다. 정말 하고 싶은 일과 나한테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정말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참고 버틴 내가 너무 대견스럽다.

이게 끝이 날까,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결국 존버에 성공했다. 끝까지 버틴 이 경험 자체도 엄청난 경험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나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인생의 중요한 일이나 목표를 위해 정말 하기 싫고 힘든 일을 견디고 있다면, 응원과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여러분 할 수 있습니다! 이 힘든 일도 결국 끝이 나고, 이 힘든 시간도 결국 간절히 바라는 것을 향한 한 걸음이니 포기하지 말고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