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서 해야 할 때

과연 자기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이 자신이 다 너무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든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그 일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 중에 정말 하기 싫어서 그 일을 해야 하는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서 해야 할 때

*이 글은 2022년 5월 12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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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기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이 자신이 다 너무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든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그 일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 중에 정말 하기 싫어서 그 일을 해야 하는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가 하면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 누군가는 대학원을 가는 게 평생의 소원일 수 있어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내가 다시 대학원을 간다면 그건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부르셔서 신학대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면 나는 절대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학교 공부에는 뜻이 없었다.

근데 왜 대학원을 갔느냐 하면 결국 신분의 문제이다. 나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을 하고 거주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거주만 할 것이 아니라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Work Authorization이 같이 나오는 비자가 필요했다. 취업 비자(H1B)나 영주권은 받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이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원을 가는 것이었다.

지금 대학원은 특이하게도 입학 첫날부터 CPT로 Full-Time & Part-Time으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STEM OPT가 나와 3년 동안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총 4년 정도 일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온다. 물론 이것에는 지불해야 할 비용이 있다. 약 $30,000불 정도의 학비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10시간 정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40시간 정도 일까지 하게 되면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인생을 살게 된다.

물론 나는 학교가 없었다면 그 10시간을 일을 더 하든, 운동을 하든,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든 다른 무엇엔가 시간 투자를 했을 테니 덜 바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바쁘다'는 것이 아쉬운 게 아니라 학교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다른 것에 투자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일을 했다면 일을 더 잘,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랑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잔디를 깎는다든지... 죽은 잔디를 긁는다든지...) 교회를 더 섬길 수 있지 않았을까? 블로그를 일주일에 하나씩은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수업이 있는 월요일, 화요일이 되면 스트레스 수치가 정말 확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같이 사는 아내도 월화에는 나를 최대한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수업 내용이 정말 유익하고 재밌다면 배우는 것이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일할 수 있는 나 같은 외국인이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비자를 판매하는 학교에 가깝다 보니 수업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이미 대학교 때 다 배웠던 내용들을 더 못 가르치는 수준이다. 수업을 전혀 듣지 않지만 여러 가지 참고 자료를 보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을 내가 일해서 버는 돈의 거의 대부분을 내서 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억울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것들을 다 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도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이번 주는 수업 3개가 다 숙제가 많은 주라서 평소 같으면 월화 중으로 끝났을 숙제가 오늘, 내일까지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참 마음이 어렵다.

요즘에 특히 아침에 꿈을 꾸는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다 끝내지 못하거나, 일을 겨우겨우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엉성하게 해버리는 꿈을 꿨다. 그중에 하나는 엄청 큰 예배당에서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는 예배 중에 찬양인도를 해야 하는데 마이크 스탠드를 까먹고 안 가지고 올라갔다. 그래서 뭔가 기억하기로는 기도 인도자가 기도를 마치고 바로 찬양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기타를 메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 스탠드가 필요했는데 마이크 스탠드도 없고, 마침 세션도 나 혼자라서 급하게 내가 기도 제목을 하나 더 던지고 기도시킨 다음에 혼자서 뒤에 있는 창고로 뛰어갔다 오는 꿈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젯밤에도 잠이 잘 안 왔는데, 그러다 보니 오늘 마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생각나서 내일 일어나면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잠에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새벽에 혼자 골프를 치러 갔는데 골프 칠 때도 일 생각을 하고 있어서 집중이 안 돼서 잘 못 쳤다. (절대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마음이 분주해서 못 친 거다.) 그래서 18홀을 치려다가 9홀만 치고 돌아와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냥 블로그가 쓰고 싶었다.

보통 블로그를 쓸 때는 나름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쓰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 건 없다. 그런 걸 기대했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 글을 쓰다 보니 마음도 좀 차분해지고 생각도 정리되는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은 사실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그럴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은 더 좋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

5월 한 달은 정말 정말 정말 바쁜 한 달이다. 그러니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맡겨진 일을 하나씩 차근차근해야겠다. 그중에는 정말 너무 하기 싫은 일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잘 해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