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토크: 퇴사, 결혼, 그리고 퇴사

근황 토크: 같은 회사에서 단기간에 두 번 퇴사한 썰, 결혼한 이야기

*이 글은 2021년 11월 6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13년이라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운명처럼 찾았던 코멘토라는 회사로 이직을 했던 게 작년 12월이었다. 내가 꿈꾸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해봤는데 정말 행복하다. 그래서 만약 그런 기회가 눈앞에 있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직한지 두 달 정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 결정을 하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는 매일 울었다. 꿈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되고 내게 남은 4개월 동안 정말 스스로를 갈아 넣는 것처럼 일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내가 배울 수 있는 시간, 내가 성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마지막 버스를 타고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 생각을 계속하면서 살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힘들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 또한 참 즐거웠고, 지금도 그립다.

그리고 올해 6월 나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퇴사했다. 물론 퇴사 후에도 아직 못다 한 일이 있다면 계속 회사를 찾아가서 지금은 코멘토 지박령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리고 7월에 결혼을 했다. 코로나가 갑자기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충남 아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결혼식을 하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 바뀌었고, 내가 너무 즐거워했던 직장에서 떠나게 되었고, 갑자기 다시 대학원생이 되었고,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아내의 드레스샵이 가봉일 하루 전날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식장이 결혼식 2주 전에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났던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감사하게 결혼식을 즐겁게 마쳤다. 나와 아내를 아껴주는 가족들, 먼 곳까지 발걸음 해준 친구들, 또 직장 동료들의 축복 속에서 많은 것을 돌아보고 또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아, 그래도 내가 나쁘지 않게 살았구나... 잘 살았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하나였고, "아, 정말 앞으로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미국에 오기로 결정하면서 나의 진로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다. 나도 아내도 영주권자,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이기 때문에 취업 비자 없이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아내는 지금 취업 비자가 있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취업비자를 누군가가 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찾게 된 한 대학원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한 달에 토요일 하루만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하면 학생비자가 나오고, 동시에 그 비자로 풀타임으로 실습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하면 STEM OPT로 총 3년을 일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공부에는 정말 관심이 없고, 일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 생각한 대로, 바라는 대로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결혼식 직전에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을 하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은 학생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공부는 관심이 없었지만... 문제는 학생비자가 없기 때문에 실습을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성격상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는 것을 싫어한다.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코멘토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님에게 이야기를 했고, 결국 한국 시간으로 리모트로 일하는 조건으로 코멘토에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그렇게 코멘토에서 리모트로 일한 지 3개월이 되었고, 이제 다음주 한 주를 마지막으로 다시 퇴사를 한다. 한 회사에서만 퇴사를 1년에 두 번 하는 진기한 경험이다. 이번 퇴사는 아쉬운 마음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훨씬 크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되지 못한 것 같고, 핑계지만 밤부터 일을 시작해 새벽까지 일하는 상황에서 전만큼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 때 함께 꿈을 꾸며 으쌰으쌰할 동료가 옆에 없다는 것도 참 어려웠다. 원래는 12월 말까지 일을 하는 것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조금 더 빨리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과연 내년 초에 학교가 계획대로 대면 수업을 진행할까? 학생비자가 문제없이 잘 나올까? 내가 코멘토를 찾았던 것처럼 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걱정도 생각도 정말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더욱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그 누구보다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요 근래 참 많은 일을 짧은 시간 동안 겪으면서 내가 배운 것들이 있다.

레슨 1: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구나. 그렇다고 성격상 "무계획이 계획이다"할 수는 없으니 당장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상황에 대비하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레슨 2: 나는 동료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정말 감사한 것은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 뚝딱뚝딱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내가 꿈꾸는 일을 함께 꿈꿀 수 있도록 늘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생긴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레슨 3: 나는 참 분주한 삶에 스스로를 던져서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구나. '선택과 집중'은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다. 어디로 가든 결국에는 뭔가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일하다가 하루가 끝난다. 피곤하다. 근데 보람은 찬데...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이게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나를 보며 팀장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선택과 집중. 포기하는 것이 아닌, 더 빨리 가는 길이다." 그러니까 여러분... 내가 갑자기 뭘 안 한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말아요... 더 빨리, 잘 가기 위함이에요...!

레슨 4: 하나님은 나를 분명 어떻게, 어딘가로, 어떤 방법으로 인도하고 계신다. 가끔은 하나님은 정말 무슨 생각일까... 생각이 없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속을 어찌저찌 잘 넘기고 나서 뒤돌아보면 참 여기까지 내가 온 것도 하나님의 은혜구나. 내가 여기에 와야 했던 이유도 있고, 저기로 가야 했던 이유도 있고, 아쉽게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있고, 속상하지만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 같다. 하나님은 신실하시니까. 그런 하나님을 내가 믿으니까.

레슨 5: 가장 중요한 레슨. 결혼하니까 참 행복하다. 바쁘고 힘들도 피곤한데, 아내가 옆에 있으니 위안이 된다. 결혼하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