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아보다

2022년을 하나님, 남편, 일, 골프, 블로그 5가지 카테고리로 돌아보다.

이 글은 지난 2023년 1월 1일에 작성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너무 자주 하는 말이라서 진부하지만 2022년이 끝났다는 게 너무 놀랍다. 정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으면서, 그럼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시간이 가는 거지 하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더더욱 주어진 시간과 상황에 충실하고 감사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시간이 그냥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려운 일도 있었겠지만, 감사하고 기쁜 일들은 얼마나 있었는지 기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2022년 10가지 목표를 정했던 것이 있는데 이번에는 10가지 목표가 아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하나님, 남편, 일, 골프, 블로그"라는 프레임으로 올 한 해를 돌아본다.

1. 하나님

12월이 되고 '2022년이 벌써 끝이 난다니...!'라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하나님한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연 초에는 작년에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신분 문제와 무직 상태에 있었던 커리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러다 정말 감사하게도 결국 문제가 해결 됐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너무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참 어려운 시간을 지났다 할지라도 그 시간이 안 좋은 감정으로 가득한 채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올 한 해도 하나님이 내가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 그런 삶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고 꿈을 꾸게 하는 삶'을 위해 가르쳐주시고, 보여주시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하신 한 해였던 것 같다.

그중 하나님에게 가장 감사한 것들

1. 찬양하는 기쁨.

보스턴에 돌아오자마자 약 1년 정도 다시 찬양 인도자로 섬겼다. 그리고 지난 5월을 마지막으로 찬양 인도자 자리를 내려놓고 공동체에 있는 여러 사역팀들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래도 감사하게 종종 찬양으로 섬길 수 있는 기회들이 몇 번 있었는데, 확실히 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예배를 준비하고, 예배를 섬기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는 목회자로 살아야 하나 싶었던 적도 있는데 하나님의 부르심이 인더스트리에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그래도 분명 찬양하는 기쁨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계속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아갈지 더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 보스턴에 온 이유, 목적을 찾게 된 것.

대학생 때는 보스턴에 그렇게 남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고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보스턴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벌써 보스턴에 온 것도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왜 다시 보스턴에 돌아오게 하셨을까 기도했는데 그 뜻을 잘 몰랐다. 그러다 최근 기도하는데 지금 섬기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군대에서 하나님을 만난 나에게 이음채플은 첫 번째 사회 공동체이자 내가 참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이 배우고,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아주 큰 영향을 미친 공동체이다. 그런 이음채플에 내가 진 빚이 있고, 다시 보스턴에 온 것도 그 빚을 갚기 위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았던 은혜를 다른 사람들도 누리기 원하는 마음으로 보스턴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섬기려고 한다.

당연히 위의 두 가지 말고도 감사한 것들이 너무 많지만, 밑에서 다룰 내용들이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2. 남편

이제 벌써 결혼한 지 2년 차가 됐고, 나도 남편 경력 2년 차가 됐다.

일단 나랑 같이 살면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 많이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내 상태를 살피느라 바쁜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우선 박고 시작한다.

아내와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것

1. 웰컴 투 시월드 (라고 쓰고 골프 전지훈련이라 읽는다)

엄마랑 누나가 6월 한 달 동안 집에 와서 같이 살았다. 집도 샀겠다 놀러 오게 됐는데 일반적으로 보면 아내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엄마랑 누나가 와있는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아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또는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고마우면서 신기하기도 하다.

골프 전지훈련이라고 했던 이유는 엄마랑 누나, 나 셋 다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데 한 달 동안 총 13번 골프를 쳤다. 골프를 치기 위해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골프 치느라 집에 없어서 아내가 좋아했던 걸 수도...?

2. 아내와 올랜도 여행 (이라고 쓰고 공포의 놀이기구 여행이라고 읽는다)

지금 저거를 타는 거라고...?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고 놀이공원을 싫어하지만 아내는 좋아한다. 물론 아내도 잘 타는 편은 아니지만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같은 거는 좋아한다. 그래서 갔다. 그리고 너무 무서웠다.

무서움에 벌벌 떨던 나를 보며 너무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 학대...) 나도 즐거워했다.(?)

진심으로 무서웠다... 흑 ㅠㅠ

아내한테 고마운 것들

1.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해준 것.

아내는 내가 직장, 학교, 교회 사역과 여러 취미를 빙자한 세컨드 잡들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고 응원해 준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참 많고,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그런 나를 잘 이해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참 어려웠을 텐데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동시에 미안한 건 정작 아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이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랜도 가서 강제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거로 때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더 많이 물어봐주고, 아내가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2. 내가 하기 싫어하는 집안일을 많이 해준 것.

원래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DIY 달인이 되기는커녕 아예 놔버렸다. 대신 아내가 그 역할을 맡았다. 스마트 라이팅부터, 가드닝 등 미국에서 집을 사면 자연스럽게 배우고 해야 하는 일들을 거의 아내가 다 했다.

물론 아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성향이긴 하지만, 동시에 내가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아내가 더 많이 해줬던 것도 있다. 물론 내가 요리와 설거지를 다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고마운 부분이다.

너무 고맙고 즐거운 1년이었고, 2023년은 더 잘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3. 일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가장 큰 걱정과 고민이었던 신분 문제와 커리어도 잘 해결되었다. 신분 문제 해결 후 지금의 직장으로 오기까지 매우 다이나믹한 과정이 있었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도 생각보다 새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아쉬운 마음도 컸다. 고민 끝에 입사한 BoardSpot에서 3주 만에 퇴사하고 지금 일하는 Relate으로 옮기는 과정도 우연이라기에는 참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Relate 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감사한 것들

1.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배울 수 있는 팀.

6번째 멤버로 조인했고, 그 이후 3명이 추가로 들어와서 9명이 됐다. 여전히 작은 팀이고, 이미 만든 것보다 앞으로 만들게 훨씬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덕분에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냥 이 글처럼 개인적으로만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팀에서 컨텐츠도 쓰고 있다. 당연히 이전에 해왔던 세일즈도 하고 있다.

초기 팀에서 많이 경험하고 배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2. 제품 팀과 많은 접점이 있는 것.

물론 내가 제품을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유저로써 많은 피드백을 주고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일즈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제품의 헤비 유저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각자 열정 있는 제품, 음식, 경험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세일즈 한다. (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골프를 치라고 하는 것처럼)

그만큼 내가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그걸 세일즈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3. 좋은 팀과 문화.

내년에도 화이팅~~!

친구처럼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자극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것도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밌고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하거나, 일에만 미쳐있기 쉬운데 두 가지 밸런스를 갖추기 위해 많이 고민한다고 생각한다.

4. 한국인 팀 + 글로벌 비즈니스.

나는 인생의 반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한국 사람이다. 미국 문화가 섞여있지만 한국 사람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고, 또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Relate은 한국인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그런데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100% 리모트 팀이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나도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고, 한국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더 큰 스케일로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게 내 입장에서는 너무 꿈같은 이야기이다.

마지막 종무식 때는 다 같이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내년부터 또 빡세게 달려보기로 했는데, 정말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서 다른 많은 팀들을 도와줄 수 있는 2023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4. 골프

2020년 8월 골프를 시작해 지금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너무 재밌다.

올해 1월부터는 나의 골프 성장기를 기록하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첫 골프 스윙부터 지금까지의 골프 스윙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덤으로 골프를 배워보고 싶은 주변 사람들을 가르쳐주는 영상도 있다.

보니까 벌써 61개의 포스트를 올렸다. 유튜브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지금 준비 중에 있으니, 미리 구독과 알림 설정 부탁드린다. 내년에는 실력도 더 늘고, 더 좋은 컨텐츠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5. 블로그

올해 블로거로서 가장 큰 성취는 브런치 블로그를 쓰게 된 거 아닐까 싶다. 3번 도전해서 결국 작가 선정이 되었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이사해서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브런치에서 고스트로 옮겼습니다!)

목표는 한 달에 두 개씩 글을 쓰는 거였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 어떤 달은 하나밖에 못 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올 한 해동안 총 24개의 글을 작성했다. 이 글을 포함하면 25개가 된다.

월평균 조회수는 약 300 정도를 찍고 있고, 가장 많이 나왔던 건 5월에 700이 찍혔을 때다.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ㅋㅋㅋㅋ


위에 본문에서 언급하지 못한, 올 한 해 그래도 즐겁고 감사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주변 분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제 인생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