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세일즈를 하게 됐을까?

왜 B2B 세일즈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는지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2021년 4월 22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대학교 때 취업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여러 가지 커리어가 있었다. HR Cosulting, HRD, Startup People Ops와 같은 인사 관련 커리어들. 모든 비즈니스 전공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그래서 가장 경쟁이 심했던 Strategy Consulting. 마지막으로 직접 창업을 하거나 내가 관심이 많았던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에 합류하는 것까지, 여러 가지 커리어를 놓고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 고민에 Sales라는 커리어는 없었다.

대학생 때만 해도 Sale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워낙 강했다. 어릴 적 집에 찾아왔던 보험설계사와 핸드폰이 생긴 이후 꾸준히 연락 오는 핸드폰, 보험, 각종 혜택에 대한 영업/마케팅 전화들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한 목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커서는 Sales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지인 영업, 혹은 불법적 행위들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Sales를 한다는 것은 부도덕적인 일에 대한 유혹이 클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Sales로 커리어 시작했고, 여전히 Sales를 하고 있다. 나는 왜 Sales를 하게 됐을까?

인생 첫 Sales Conference... 정말 떨렸다.

대학생 때 취업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두 가지 약속

대학생 때 취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1. 단순히 취업을 하기 위해 내 직업을 선택하지 않겠다.

  • 취업이 잘 되는 전공, 취업이 잘 되는 직무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 내가 배우고 싶은 일, 내가 진심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 그 기회가 아무리 적다고 해도 아주 작은 기회라도 찾아서 도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2. 부도덕성을 자극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

  • 내가 선택한 일이 내 안에 꿈틀거리는 부도덕성을 자극하는 경우가 잦은 일을 하지 않겠다. 나는 선한 일을 할 것이다. 혹은 일을 선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물론 대학생이기에 모든 일을 당연히 직접 해보지 못했고, 어떤 일이 부도덕성을 자극하는지는 순전히 주변에서, 인터넷에서, 미디어에서 얻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내린 판단이었다.

위 두 가지 기준에 Sales는 부합하지 않는 직무 중 하나였다. 그런데 Sales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게 된 계기가 두 가지가 있었다.

Sales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게 된 두 가지 계기

1. 볼리비아 푸드트럭 사회적 기업

2018년 대학교 3학년이 끝난 여름, 나는 선교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선교사님을 도와 볼리비아의 취약계층 청년들을 돕는 푸드트럭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취업에 대한 교육과 기회가 부족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초기 투자 비용도 제공하여, 수익이 나오기 시작하면 수일의 일부로 초기 투자 비용을 할부로 갚아가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교육과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선순환을 목표로 했었다. 요즘 시장에 존재하는 수익 공유 모델을 생각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었다.

나는 1년 동안 리모트 컨설턴트로서 선교사님의 미션과 비전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왔고,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먼저 시작하기로 한 푸드트럭 비즈니스를 위해 한 달 동안 현지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지냈었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전혀 럭셔리하지 않았다. 정말 발로 뛰고, 허슬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특히 푸드트럭이라는 사업의 특성상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8시간이 넘게 마늘을 까고 다졌다. 깐 마늘은 안 깐 마늘 보다 비싸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했던 선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인건비가 오히려 더 낭비됐던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며칠 내내 온몸에서 마늘냄새가 났었다. 그리고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푸드트럭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푸드트럭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하나도 몰랐던 스패니시를 단어 몇 개를 배워 내가 직접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판매를 했었다.

내가 아는 단어는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질문하면 당황하기 바빴고, 이게 뭐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걸 팔아야 꿈을 위해 도전한 볼리비아 청년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만나는 사람에게 시식을 권하기도 하고 음식을 팔기도 하고, 나중에는 단어를 더 배워서 어떤 취지로 시작한 사업인지도 설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스턴에 돌아와 4학년으로서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내 직무,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Sales라는 것이 단순히 내 배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Sell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가치를 전달하는 일,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Sales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회사에서 Sales를 하는 것이 중요할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만들거나, 팔거나, 만들고 파는 것을 서포트 하거나

볼리비아를 갔다 온 후 4학년 때 Entrepreneurship 전공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스타트업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가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한 가지는 그 제품/서비스를 파는 사람.
나머지 한 가지는 만들고 파는 것을 서포트하는 사람.
너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어떤 부류의 사람이 팀에 필요한지를 고민해 봐라.

일단 나는 만들 수 없는 사람이었다. 코딩은 고등학교 때 시도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운영, 재무 등 팀을 서포트하는 직무 또한 극히 싫어했다. 나는 앞에서 전력질주하면서 뛰어다니고, 새로운 것을 찾아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면 나는 파는 사람에 속할 수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다시 볼리비아에서 내가 했던 경험을 돌아봤다. 그리고 내가 가치를 전달하는 일을 했던 또 다른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 봤다. 사실 되게 많았다. 아니 그게 내 삶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중요한 일인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큰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고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였다. 나는 이미 Sales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4학년 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Sales 쪽으로 지원을 했었다. 그리고 여러 회사와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Sales는 어떤 것일까 많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런 준비와 고민을 하다 보니 Sales라는 직무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나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 우선순위가 낮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모두가 꿈을 꿔"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현실이 아니야" "꿈은 사치야"

내가 꾸는 꿈은 그냥 열심히 한다고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했고, 가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했다. 우선순위가 낮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Sales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려는 Sales는 단순히 내가 가진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닌,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자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가장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꽤 빠른 시간 내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4학년 1학기 시작 두 달 만에 졸업 후 시작하는 풀타임 오퍼를 좋은 조건에 받았고 남은 4학년을 취업이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더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2년 동안 Sales를 하면서 내가 배우길 바랐던 것들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무엇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