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기서 이것을 하게 됐습니다...!

이 글은 2022년 3월 25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3월 8일 오전 파이널 인터뷰를 마치고 2주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어느 회사에서 일하게 될지 마지막 결정을 기다리고 고민해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많이 초조하기도 했고, 걱정과 실망스러움, 또 두려움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결정을 하고 난 이후에도 기쁨과 감사함, 또 기대감과 동시에 걱정과 부담감도 있었다.

어찌 됐든 나는 이제 결정을 내렸고 앞으로는 일을 즐겁게, 그리고 일을 통해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 남았다.

1. 그래서 어디로 가?

• Company Name: BoardSpot
• Industry: SaaS, Nonprofits, Social Impact
• Product: Board Governance SW for Nonprofits
• Stage: Pre-Seed
• Team: 5 People
• Position: Enterprise Account Executive

결국 BoardSpot으로 가게 되었다. 코멘토를 퇴사한 직후 미국에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고민하던 중 동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저는 가능하면 코멘토보다 더 작은 팀, 더 초기 단계의 팀으로 가고 싶어요. 가서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갖고 팀을 키워보고 싶어요." 그렇게 이야기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직업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도 괜찮고, 지금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으면 나이가 먹고 가정에 아기가 태어나게 됐을 때는 더더욱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로 벌어질 줄이야...ㅋㅋㅋㅋ 결국 내가 팀의 6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2. 왜 그렇게 결정한 거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동시에 단순했다. 일단 첫 번째로 여기가 유일한 오퍼였다. 물론 잡서칭을 더 할 수도 있었고, 2주 넘는 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다른 곳을 더 알아볼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오퍼를 Accept 하지 않았던 이유는 팀이 작고, 내가 해당 산업/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리스크가 너무 커서 등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곳을 더 찾아보지 않고 Accept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더 매력적인 비즈니스, 더 매력적인 Compensaition Package가 과연 중요한가?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비즈니스를 하는 팀, 더 좋은 Title, 더 좋은 Compensation Package가 있으면 내가 더 행복할까? 무엇보다 그게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 결론은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할 수 없다면 인생은 피곤해진다.

2.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

CEO는 현재 두 회사의 CEO 이자, 내게 Final Offer를 준 직후 둘째 아기를 가졌다.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서 6번째 멤버라는 중요한 자리에 나를 데리고 오기 위해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선을 다했다. 수많은 Doubtful Questions 들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열심히 답변을 해주었다. 한두 번도 아닌 거의 10번이 넘는 이메일이 오고 가고, 3~4번의 미팅까지 진행했었다. 아마 투자도 이렇게 하려고 하면 피투자자가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귀찮게 했다. 그리고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Equity를 부탁했는데, 기존에 오퍼 했던 것보다 1.5배 더 많은 Equity를 오퍼 해주었다.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이 왜 나를 이렇게까지 해서 Hire 하려는 것인가였다. 내가 VP of Sales가 될 수 있는 수준의 경력/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고작 3년 정도 일했던 외국인인데, 그래서 채용 절차도 조금 더 까다로운데, 이렇게 귀찮게 하고 시간을 끄는데도 나를 Hire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대표는 나의 미션, 도전 정신, 그리고 팀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해 줬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Reject 하고 표면적으로 보기에 더 좋아 보이는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3.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인더스트리, 새로운 팀 세팅

첫 번째 회사는 High-Tech Security였고, 두 번째 회사는 Edtech, 이제 세 번째는 SaaS & Nonprofits이다. 가능하면 Edtech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생은 원래 내가 계획한 대로 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Social Impact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

그리고 팀의 6번째 멤버로서 Title은 Enterprise Account Executive이지만, 세일즈/BD의 전반적으로, 또 관심 있었던 Marketing과 Product에 대한 부분에도 관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3. 그럼 앞으로는?

일단 4/4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학교를 통해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1~3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딜레이가 되면 4/4일 보다 밀릴 수도 있다. 어쨌든 4월부로 나는 대학원생이자, 직장인이자, 교회 찬양 인도자이자, 교회에서 2명을 제자 양육하고 있는 양육자이자, 남편이자, 골프 티칭 프로 지망생이자, 블로거이자, 이렇게 많은데도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다른 것들을 제외하고 일과 관련된 것만 이야기해 보자면...

1. 일 시작하기 전에 회사 관련 자료 받아서 히스토리, 고객, 제품 등에 대해서 공부하기.

내가 어느 회사에서든 일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다. 물론 이게 ROI가 어떤지는 수치적으로 나타내기 어렵지만, 내가 세일즈를 한다고 해서 다른 건 전혀 몰라도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그래서 관련 자료를 받아서 미리 볼 예정이고, 대표가 다른 고객과 미팅을 하면 같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래서 Day 1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2. 블로그는 앞으로 내가 읽었던 Sales / Business 관련 책들을 리뷰하면서 정리할 생각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거의 대부분 다 노트 정리를 해놓는다. 그중에서 내가 일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 책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적용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후보 리스트는 "Predictable Revenue", "Challenger Sale", "린 고객 개발", "Chasm Marketing", "Lean Startup", "Zero to One", "논리의 기술" 등이 있다. 뭐부터 시작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BoardSpot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린 고객 개발"부터 할 가능성이 높다.

자... 이제 화이팅할 일만 남았다!

여담인데... 2주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에 아리조나에서 다녔던 교회 목사님이 내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하나님이 나를 앞으로 어떻게 인도하실지에 대한 힌트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돌아보면 찾을 수 있어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수련회 준비를 하고 몸은 정말 피곤했지만 잠이 새벽 내내 오지 않던 그날 밤 내가 하나님을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돌아봤다.

하나님은 한 번도 내게 많은 옵션을 주고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셨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밖에 없었고, 그게 좋으나 싫으나 해야만 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랬다. 비전에 있어서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고, 이것을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실제로 하나님은 일하셨다. 내각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하나님은 나를 인도하셨다.

그래서 한 가지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은 지금도 하나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열심히 해라. 열심히 즐겁게 해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열심히 즐겁게 화이팅하는 남은 2022년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