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pot에서 퇴사했습니다!

3주만에 새로운 직장에서 퇴사하고 또 다시 새로운 회사로 가게 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이 글은 2022년 4월 27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 딱 3주가 됐던 어제, BoardSpot에서 퇴사를 했다. 참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이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이번 케이스만큼은 매우 좋은 케이스인 것 같다.

결국 퇴사한 이유가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고, 더 매력적인 기회일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이 설렐 정도로 기대가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 uniquedesign52, 출처 Pixabay

갑자기 왜 퇴사를 하게 된 거야?

BoardSpot에 입사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Concern Point들이나 입사 후 일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불만족스러웠던 것들은 다 차치하고 결국 가장 중요한 이유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BoardSpot 입사 후 꽤 많은 곳에서 Interview Offer를 받았다. 그중에서는 관심이 없는 곳도 있었지만 꽤 흥미롭고 내가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곳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한 곳은 Maven이라고 하는 Edtech Startup 중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봤었는데 포지션이 내가 기존에 했던 것들과 달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Fit이 맞지 않아 떨어졌다. 그래서 다시 집중해서 BoardSpot에서 일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 스타트업에서 Go-To-Market 담당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에 프로필 등록을 하자마자 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Relate 팀 코 파운더 분과 연결이 됐다. 슬랙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이야기하다가 흥미로운 점들이 많아서 내가 커피 챗을 하자고 했고, 커피챗이 인터뷰로, 인터뷰가 오퍼로 이어져 결국 새로운 팀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팀은 어떤 팀이야?

다음 주부터 합류할 Relate 이란 팀은 CRM Product를 만드는 팀이다. B2B Sales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Deal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정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것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Software가 CRM이다. 팀의 미션이나 비전, 마켓과 프로덕트와 관련된 이야기는 팀에 합류한 이후 내가 이해도를 더 쌓고 나서 소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Relate에는 GTM First Hire로 합류하게 되어 기존에 했던 Business Development, B2B Sales뿐만 아니라 Market을 포함한 훨씬 더 다양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애초에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그리고, 팀에는 6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또한 Relate이 일하는 방식에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1. 100% Remote Working

모든 팀이 100% 리모트로 일하는 팀이다. 나를 포함한 6명의 팀원 중 4명은 한국에 2명은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참고로 Relate은 미국 법인이다. 현재는 한국 시장을 주로 타겟하지만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어디서 살든, 미래에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미국 내에서나 나라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생겨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Asynchronous Communication

한국 시간으로 화~금 오전 8시 Stand Up Meeting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알아서 정하고, 그 시간에 몰입해서 일을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도 그에 맞게 자유롭게 진행된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와 관련돼서 겪는 문제나 내가 갖고 있는 걱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코 파운더 3명을 제외한 팀원 2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소가 된 것 같다. 오히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잘 적용하기만 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3. Unlimited PTO

내가 언제 쉬는지, 휴가를 다녀오는지,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는지 등 다 상관이 없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에 몰입해서 Get Your Job Done을 하면 된다고 한다. 정말 상상이 잘 안 가지만 몇 달 정도 일을 하면서 적응한 뒤 후기를 나중에 써볼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Relate은 일을 하는 방식이나 시간 등에 최대한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려고 하는 것 같다. 특히 팀에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결혼하시고 아이가 두 명이 있는 개발자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일하는 방식을 설명해 주셨을 때 충격적(?)이면서 매력적이었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유치원도 데려다줘야 하고, 새벽에 아이가 깨면 달래주기도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9 to 5 방식의 회사라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도 아이를 생각하고 있다 보니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몰입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 뜬...

3주 만에 퇴사한 이유

어제 CEO와 미팅을 하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고 다행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느꼈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Recommendation을 해줬다. 마치 3주 동안 고용된 세일즈 컨설턴트 같았다. 어쨌든 3주 동안 직접적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많았고, 취업/이직을 고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한다.

1. 역시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는 일을 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 단기 프로젝트 면 몰라도 긴 호흡으로 해야 하는 '직장의 일'은 자신이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는 일이어야 한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내는 것 자체가 인생에 매우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BoardSpot에 합류할 때 Nonprofit & Board Management Portal이라는 다소 생소한 Industry와 Product가 걱정 중 하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을 하면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B2B Sale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궁금증과, 고객에 대해 알아가면서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Consulting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이상적인데, 그렇게 되기로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하면서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또 일을 즐겁게만 하는 게 아니라 주님께 하듯 일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 만약 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내가 할 일을 상상하게 될 때 가슴이 뛰고 설레는지 꼭 고민해 보라고 하고 싶다. 운동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청소를 하다가도 일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일이 지루해지고 불행해지기 쉽다.

물론 첫 취업의 경우 그런 선택을 하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취업 자체도 힘든데 내가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는 일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가능한 한 빨리 성과를 내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 방식, 팀, 비즈니스, 인더스트리, 프로덕트 등) 즐겁게 일하는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 선택을 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확신 없다면 포기하자.

취업 또는 이직이라는 것은 인생에 있어 정말 큰 결정 중에 하나이다. 마치 결혼을 아무 생각 없이 아무랑 할 수 없는 것처럼 '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으로는 확신이 생겨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늘 그럴 수는 없다. BoardSpot을 선택했을 때는 나는 확신이 없었다. 합류 전부터 걱정이 많았고, 합류해서는 더 많아졌다.

물론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와서 순조롭게 팀을 옮길 수 있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한 달 전에 BoardSpot Offer를 Reject 하고 Job Searching을 더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그러면 괜히 지금처럼 미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기회도 없었을 수도 있으니 뭐가 맞는다고 100%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할 때는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어떻게 된 게 내 인생은 늘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찾아온다. 그래서 쉴 틈 없이 바쁘고, 가끔은 좀 피곤하다. 그런데 또 꽤 종종 설레고 끓어오르면서 다음 시작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일은 또 어떤 새로운 시작으로 나를 이끌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