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일즈하면서 배운 것
세일즈란 무엇인가? 제가 대학교 졸업 후 2년 동안 세일즈하면서 배운 것들을 공유합니다.
이 글은 2022년 1월 14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9년 9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세일즈를 하면서 배운 것들을 나눠본다.
1. 세일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다.
사실 이 세상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물론 짧은 시간 동안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물었을 때 그런 일은 많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천직'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을까? Sales도 마찬가지이다. 세일즈라는 포지션이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 3개 (인사, 마케팅, 세일즈) 중 하나이고, 성격이 상대적으로 외향적이고 말을 잘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험이기 때문에 물론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세일즈는 포지션 특성상 성과에 대한 압박과 부담이 심하고,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닥치는 여러 가지 Objection들, 허들을 넘어서기 위해 논리적인 사고 또한 중요하다.
만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 중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이과생이 아니기 때문에 특수성이 없고 (코딩을 못한다 등), 마케팅은 아닌 것 같고, HR도 아닌 것 같아서 남은 게 세일즈라면, 그래서 세일즈 쪽 취업을 준비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조건 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세일즈는 정말 어떤 일인지 조금 더 찾아보고, 자신이 잘 하고 싶어 하는 일인지, 노력해서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세일즈 커리어를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이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을 더 많이 고민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런 생각과 고민 없이 면접에 들어가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접관으로 여러 신입/주니어분들 면접을 봤지만, 세일즈에 필요한 역량이 있을까 없을까를 판단하기 전에 Out 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세일즈가 정확히 어떤 일인지 모른다.
2. 세일즈를 왜 하려고 하는지 불분명하다. (즉,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세일즈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포지션들도 그렇다. 그래서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하는 데 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2. Sales Team 안에도 정말 다양한 역할이 있다.
대학생 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세일즈라는 건 그냥 출장을 다니면서 직접 고객을 만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로 생각했다. 물론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그 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세일즈 팀 내부의 여러 가지 역할이 있고, 각 역할마다 요구하는 역량과 느끼는 성취감도 다르다. 구체적인 것은 회사의 규모, 산업, 제품 특성 등으로 다르겠지만 이전에 내가 다닌 미국 회사를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회사 특징:
- 약 2,000명
- Industry: Public Safety
- Product & Service: TASER, Body Cameras, SaaS, etc. (High Tech)
Lead Gen & Qualification을 하는 SDR, SDR로부터 넘겨받은 Opportunity를 Closing 하는 Sales Rep/Account Executive, Closing이 됐을 때 제품 주문, 배송, 계약 등을 관리하는 Sales Ops, 제품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설치, 트레이닝 등을 담당하는 PSO, 제품이 제대로 사용이 되는지와 Customer Experience를 관리하는 CX까지. 고객이 우리에 대해서 처음 알아가는 순간부터, 제품을 사용하기까지,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재구매를 하면서 Loyal Customer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관리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세일즈를 하고 싶다면, 정확히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좋은 제품 = 잘 파는 것?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당연히 좋은 제품이라면 잘 파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제품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잘 팔리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그렇게 많은 회사에서 뛰어난 Sales & Marketing Team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Sales & Marketing이 제품이 잘 팔리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B2B Sales의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아직' 훌륭한 제품이 아니어도 잘 팔 수 있다. 그리고 '적절한 고객'에게 '잘' 팔면, '아직' 훌륭한 제품이 아니었던 게 '훌륭한' 제품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비즈니스는 '고객'이다. 괜히 '고객지향적 사고'를 모든 잘나가는 회사에서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 비즈니스는 망한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도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내가 생각하기에 고객이 필요한 것을 기준으로 일을 하면 대부분 망한다. 나도 그런 실수를 범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꼭 고객이 진짜 필요한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심지어 고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정말로 필요한 것이 다른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무작정 고객의 말을 믿고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하지만, 막상 써보니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린 고객 개발'이라는 책에서는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와 고민점(pain point)을 찾고, 어떤 해결책 (solution)을 제공할지에 대해, 최소한 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하면서 '고객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큼, 또는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고객 개발 프로세스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객과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지는 세일즈 팀이다. 그래서 훌륭한 세일즈 팀은 단순히 지금 갖고 있는 제품을 잘 파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고객이 해당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품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새롭게 개발되어야 하는 기능은 없는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없는지 등을 파악해서 제품 팀에 전달해 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겠지만, 세일즈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 또 그것을 기회 삼아 비즈니스를 스케일업 해나가는 것.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새로운 고객을 개발하고 것 등 훨씬 크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퇴사를 한 뒤 비자 문제로 아직까지는 일을 쉬고 있다. 오퍼를 받아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결국 비자 문제로 취소되었다. 스마트 스토어도 해보려 했지만 내가 한국에 없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것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앞으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지난 시간 내가 일을 하며 배웠던 것들, 그리고 더 공부하고 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스킬업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