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 3일차 후기

새로 출근하기 시작한 직장 3일차 후기와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직장 3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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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2년 4월 6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교회 수련회가 끝나자마자 월요일 아침 일찍 부스터 샷을 맞고 일을 하다가 퇴근하면 주일예배 찬양콘티를 준비하고, 그러다가 늦은 저녁부터 밤까지는 대학원 수업과 숙제를 했다. 체력은 괜찮은데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꽤 심했다.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퇴근이 아닌 뒤에 뭐가 많다는 사실이 부담이 되서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오늘은 3일차 아침이다. 아직 출근하기 전인데, 원래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려다 생각도 정리하고 2분기 목표도 정리할 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달려나가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어디로, 어떻게 달려갈 것인지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결과적으로 완전 잘못된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3일차도 다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부터 시작한다.

지난 몇 년간 직장/사이드 프로젝트 슬랙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진... 사진 좀 더 찍어야겠다.

새로운 직장 3일차 후기

1. 이 스케줄 가능한가...?

지난 주말이 교회 수련회였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정말 바빴다. 물론 너무 좋았고, 코로나와 함께 멈췄던 수련회가 몇 년만에 처음 진행됐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문제는 수련회가 끝나자마자 월요일 아침 부스터 샷을 맞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주일예배 찬양콘티를 준비하다 저녁부터 밤까지는 대학원 수업과 숙제를 했다. 체력이 딸리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렇다고 대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 그만 둘 수 없고, 학교 성적도 B 이상이 나와야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전공을 Techpreneurship에서 Project Management로 바꾸면서 숙제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일주일에 약 10시간 정도를 계속 투자해야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10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일을 시작하자마자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동시에 숙제를 했고, 그래서 약 5시간 만에 모든 수업과 숙제를 끝냈다. 퇴근을 하고 난 이후라서 집중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늘어지면 피곤해지는 건 나이기 때문에 정말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그리고 교회 사역도 그만둘 수 없다. 사실 좀 줄이거나 최소한으로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오퍼를 받은 이후 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련회 기간동안 기도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셨는데 나는...?" 그래서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직장, 그것도 적당히 하면 되는 일이 아닌 초기 스타트업의 6번째 멤버, 대학원, 교회 사역과, 골프 티칭프로 지망생, 블로거, 자잘한 사이드 프로젝트들까지. 혼자가 아닌 결혼한 상황에서 시간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안 된다. 내가 선택한 일들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최대한 즐겁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한다.

2. 미국 직장 vs 한국 직장

한국 직장을 고작 일년,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내 경험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경험상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하면 "Flexibility"라는 개념의 차이인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도 수평적인 문화, 상대적으로 주니어가 시니어에게 피드백을 한다거나 의견을 제시하고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상황, 리모트 워크, 성과에 따른 큰 보상 등 기존 미국 직장 생활/문화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Flexibility" 인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인더스트리 마다 가능한 곳이 있고, 불가능한 곳이 있다. 다만 내가 가능한 곳에서만 일을 해서 그렇지만, 그래도 미국은 애초에 내가 몇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관심이 없다. 한국인으로서 이거는 너무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내가 9시에 출근하면 5시까지 있어야 하는지, 만약 어떤 일이 생겨 조금 일찍 퇴근해야 하면 상사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는지와 같은 것도 없다. 정말 Flexible 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애초에 Hiring Process 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이 사람이 성과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내가 이 사람의 Work Ethic 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지 등을 유심히 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차피 일을 못하면 잘린다. 내가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했든, 20시간만 일했든, 100시간을 일했든, 결국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성과를 달성하는지 또는 그 이상을 해오는지이다. 확실히 나는 이런 문화가 더 좋다.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늘 가장 먼저 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세일즈 관련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노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세일즈 담당자 거래 기록들을 CRM에서 찾아본다. 그래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세일즈 담당자는 어떤식으로 고객과 대화하는지,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Objection Handling을 하는지, CRM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본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른 팀의 문서들도 본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문서의 양에 따라 어디까지 보는지는 다르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보통 이것만 해도 1~2주가 걸렸는데 회사가 작기도 하고 문서화된 것들이 많이 없어 2일만에 끝났다. 그래서 이제는 2분기 목표를 정리해서 스스로를 동기부여해볼 생각이다. 여기도 전 직장들과 같이 나한테 개인적으로 주어진 구체적인 목표나 달성해야할 성과가 없다. 그렇게 되면 나태해지기 쉽다. 도전적인 목표를 스스로 정해보고 목표 달성을 위해 내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지, 또 얼마나 잘 진행되는지 주기적으로 리뷰해볼 생각이다.

그럼 2분기 목표를 정리해본다. 참 할게 많다...ㅎㅎ

2분기 목표

1. 제품과 고객/시장, 그리고 세일즈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확실히 생소한 분야다 보니까 아직까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전 직장이었던 코멘토는 내가 워낙 관심이 많았고 또 나름 관련 분야에서 창업을 해보려고 하다보니 제품을 이해하기까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제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여러가지 질문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 질문을 해야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다.

결국에는 내가 Nonprofit Industry를 잘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Nonprofit Board가 어떻게 일하는지, 그들이 일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Nonprofit Industry, Nonprofit Board of Directors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오늘부터는 다른 팀원이 고객과 Product Demo를 하는 미팅을 쉐도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더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주 내로 당장 고객과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 있다.

2. Ideal Customer Profile (ICP) 정리

지금은 고객사를 약 140개 정도 확보한 상황이다. 시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ICP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기존에 세일즈를 혼자 해왔던 대표도, 나보다 몇개월 전에 Hire 된 AE도 ICP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답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유형의 고객을 집중해서 컨택해야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답변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ICP의 중요성 자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첫번째로 하려는 것은 ICP를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야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고, 또 가장 빠르게 세일즈를 진행할 수 있는 고객에게 컨택할 수 있다. 그리고 ICP에 해당하는 Customer Segment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자연스럽게 확장하기 용이한 Segment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이전에도 해왔던 것처럼 지금까지 확보한 고객에 대한 데이터나 정보를 CRM 내에서 다 뜯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정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추가로 가능하다면 기존 고객도 인터뷰해보려고 한다. 이후에 어느정도 정보가 모이면 그걸 기반으로 ICP에 대한 여러가지 기준을 세워보려 한다.

3. Prospecting System 만들기

시스템이라는 것은 복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고, 사람이 달라져도 어느정도의 수준의 성과가 일정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기존의 Lead Gen, Oppty Gen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기존 대비 100% 성장을 위해 한번 달려볼 생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3분기에 내가 더 이상 Prospecting을 하지 않고 SDR/BDR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제대로 된 Prospecting System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잘 되어야 한다.

1. Pipeline Building

  • ICP를 기반으로 꾸준히 양질의 컨택리스트를 확보하는 것
  • Weekly & Monthly Lead Gen, Oppty Gen의 수를 일정 수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

2. Qualification

  • Cold Email & Cold Call을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
  • Qualification Call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확인할 것들을 (체크리스트) 정리하는 것
  • 기본적인 Objection Handling 노하우를 정리하는 것

4. Outbound Strategy

프로스펙팅을 잘 해서 많은 Opportunity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딜 관리가 잘 안되고 결과적으로 클로징을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야한다.

1. 기존의 세일즈 프로세스 및 성과 확인

  • 세일즈 프로세스 확인: 이건 어제 다른 AE와 이야기했는데 솔직히 엉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Pipeline Stage도 제대로 나눠어져 있지 않고 언제 어떤 활동을 해야하는지 정리되지 않았다.
  • 세일즈 성과: Outbound Email Open & Reply Rate, Won Rate, Lead -> Oppty Conversion Rate, Sales Cycle, ACV 등

2. 1차 개선점

  • Cold Email Automation: 지금은 모든 이메일이 수동으로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의 수도 한계가 있고, 꾸준하지 못하다.
  • 효과적인 Qualification: 지금은 우리가 고객을 Qualify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대답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인 것 같다. 고객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고객이 필요없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3. Decision Making Process & Timeline 파악

  • 모든 기업/기관은 각자마다의 Budget & Funding Cycle이 있다. 그리고 특히 펀딩에 민감한 Nonprofit이기 때문에 이걸 모르고 세일즈를 하면 쓸데 없이 시간 낭비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이게 전혀 고려가 되지 않는다.
  • 기관 특성별로 싸이클이 비슷하거나 같을지, 아니면 다 다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걸 파악하고 CRM에 업데이트 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하... 또 이거를 해야하는 건가...ㅋㅋㅋㅋ

4. Challenger Sale Scenario 기반으로 Sales Deck 만들기

  • 일단 세일즈 덱이 없다...ㅋㅋㅋㅋ 정말 초 고 난이도 직장인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마케팅 팀도 없다. 내가 제일 못하고 하기 싫어하는게 제안서 만드는 것인데...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리고 단순히 세일즈 덱만 만들고 끝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도록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세일즈를 진행할 수 있게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 towfiqu999999, 출처 Unsplash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참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뭐 사실 내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된거 즐겁게 잘 하는 방법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잘해보자...!!

생각보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출근이 좀 늦어졌는데 목표가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니 이제 집중해서 달릴일만 남았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