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하는 사람들의 삶
세일즈하는 사람들의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방식으로 팀과 일하고 있는지 등 제가 경험한 세일즈 담당자의 삶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2022년 1월 21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오늘은 세일즈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 세일즈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거지?
- 세일즈를 하게 되면 내 삶의 모습이 어떨까? 일하는 환경은 어떨까?
내 경험이 세일즈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어떤 제품을 세일즈 하는지, 어떤 고객을 상대하는지, 또 어떤 산업에 있는지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연차별로도 하게 되는 일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나누는 나의 경험의 테크 인더스트리에서 일하는, 그리고 신입/주니어 분들이거나 3년 차 이상이지만 매니저가 아닌 Individual Contributor로 일하는 분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 연봉 구조, 성과급, 그리고 Quota
결국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일을 통해 개인의 꿈이나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먹고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통해서 얼마나 벌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세일즈 커리어를 고민할 때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정말로 돈을 잘 버는지, 성과급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성과급을 받기 위한 개인/팀 세일즈 목표치 (Quota)는 어떤지를 많이 궁금해한다.
일단 첫 번째로 세일즈를 하면 정말로 돈을 잘 벌 수 있는가? 내 답은 "세일즈를 잘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이다. 물론 회사가 작거나, 초기 스타트업인 경우 성과급이 매우 작거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세일즈를 잘해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 기여를 하게 되면 스톡옵션 등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초기 스타트업에서 성과를 내기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다른 회사에서도 분명 높은 연봉으로 오퍼가 올 수 있다. 그리고 회사가 어느 정도 큰 경우 베이스 샐러리 + 성과급을 받는데 성과급으로 정말 엄청난 액수를 받아 가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적으로 잘하는 만큼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직종도 사실 잘하는 만큼 보상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세일즈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퍼포먼스와 연봉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그 이야기는 다른 직종에 비해 퍼포먼스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연봉도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세일즈는 하는 사람들은 성과지향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 또 실패를 딛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와 같은 성향이 필요하다.
내가 일했던 첫 번째 미국 회사의 경우 규모가 꽤 컸고, 연봉 구조가 성과급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연봉 1억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중 30%만 베이스 샐러리가 된다. 나의 1년 퍼포먼스와 상관없이 개런티가 되어있는 연봉은 3,000만 원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7,000만 원은 내가 성과급으로 채워야 한다.
7,000만 원을 충분히 벌 수 있을만한 Opportunity를 (세일즈 가능성이 있는 기회들) 제공하고, 그 Opportunity를 내 능력으로 Close를 할 때마다 각 딜의 일정 %를 커미션으로 받는 구조이다. 참고로 그 회사에서는 Commission Cap이 없었다. 즉, 내가 잘한다면 7,000만 원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아 갈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0.1%에 해당하는 Sales Rep들은 받아야 할 성과급이 너무 많아 회사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그들이 내년에도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회사도 성장하고, 자신이 받은 주식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회사와 직원 둘 다에게 Win-Win인 상황이 된다.
두 번째 회사였던 한국 스타트업은 팀이 작았기 때문에 Quota가 없었고, 성과급도 없었다. Team Revenue Goal만 있었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세일즈라는 고된 일에 비해 보상이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당장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 그 팀에 간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정말 좋아서, 그 회사의 미션이 좋아서 간 것이 컸다. 또한, 내가 일을 정말 잘해서 나중에는 스톡옵션을 받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또 그때는 3명으로 이뤄진 세일즈 팀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경쟁하지 않고, 진행하던 딜을 서로 넘겨주기도 하고, 조언을 주기도 하면서 팀의 목표에 집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2. 성과관리 & 퍼포먼스 코칭
회사의 규모, 팀이 일하는 방식 등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세일즈를 하는 사람은 퍼포먼스로 말을 해야 한다. 과정 중에 여러 실패를 겪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팀이 필요로 하는 '결과물'을 가지고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세일즈 팀은 어떻게 성과관리를 하고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성과관리를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세일즈 팀은 CRM Software를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Salesforce, HubSpot, Pipedrive 등이 있다. CRM을 통해서 고객 관리, 딜관리를 하게 된다. 오늘 다룰 토픽은 아니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CRM을 잘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일즈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정말 많은 고객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대화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기억해야 한다. 그런 내용들을 잘 정리, 기록, 리마인드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그런 것들을 통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일들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CRM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과관리이다. 내가 하루에 몇 명의 고객과 이야기했는지, 이번 한 주 동안 몇 개의 딜이 Won/Lost가 됐는지, 어떤 딜에 이슈가 생겼는지, 어떤 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지 등을 정리해서 볼 수 있는 리포트/대시보드 기능이 있다. 만약 CRM을 사용하지 않거나 팀이 너무 작아 리포트/대시보드 기능이 없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CRM을 사용한다면 엑셀로라도 한 주 동안의 Progress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세일즈 팀에 속한 각 담당자의 Progress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월요일 오전이나 금요일 오후에 리뷰하는 미팅을 갖는다. 그 미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Won/Lost Deals
- 고객과 발생한 이슈
- Objection Handling
- Deal Progress
- Revenue Goal / Quota Review
이 미팅을 통해서 짧은 주기로 성과관리를 하게 되고, 잘했던 것들, 잘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배운 것들 등을 팀 내에서 공유한다. 또한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팀장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1년 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주기로 성과관리를 하는 이유는 거대한 목표를 아주 작은 목표로 나눠 달성하기 쉽게 하는 것이다. 또한 수시로 진행과정을 리뷰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세일즈가 개인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바로 버려지거나 해고가 되지는 않는다. 결과가 중요하긴 하지만, 모두가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되지 않는 것들, 도움이 필요한 것들,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들 등을 주 단위로 체크하면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 물론...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하고, 퍼포먼스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렇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3. 고객과의 미팅 vs 개인 업무 시간의 비율은?
세일즈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궁금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얼마나 자주 고객과 미팅을 하는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팅은 얼마나 많은지, 고객과 미팅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이다. 이것 또한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미팅을 얼마나 많이 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는 일주일에 최소 몇 명의 고객과 통화를 하고, 몇 명의 고객과 미팅을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목표 수치들이 정해져 있다.
미국에서의 경우 나는 신사업 팀이었기 때문에 Territory가 정해져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 고객이 미국 전 지역에 있었고, 단 하나의 고객을 위해서, 또 고객 개발, 제품 개발 등이 모두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비싼 비행기 티켓과 호텔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미팅은 Zoom으로 진행했다. 또 마침 코로나가 터져 Zoom 미팅이 더 당연한 상황이 됐다. Zoom 미팅도 간단하게 Qualification을 하는 30분 정도 미팅인 경우도 있고, Product Demo를 하면서 1시간 정도 미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통화로 대화를 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최소 1개의 줌 미팅과 5개 이상의 '예약된' 통화 스케줄이 있었고 여기에 내가 계획하지 않은 고객들이 내게 직접 전화하는 Inbound Call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보다는 땅 크기가 훨씬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고객을 직접 보는 것을 선호했다. 당연히 Zoom으로 미팅할 때가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지만, 직접 찾아가서 미팅을 하게 되면 고객도 훨씬 더 준비된 상태로 미팅에 오게 되고 대화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가 더 용이하다. 그래서 보통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 방문하는 지역 근처의 다른 고객들과 미팅을 추가로 잡는다. 그날은 그 지역 고객들과 미팅하는 것에만 집중을 한다. 조금 널널하게 스케줄을 하면 오전에 1개, 오후에 1개 정도가 되고, 조금 더 빡빡하게 잡으면 3개~4개까지 미팅을 잡을 때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새벽 일찍 출발을 하든, 저녁 늦게 돌아오게 된다.
미팅으로 하루 종일 외근을 할 경우, 미팅 사이에 시간이 뜰 때는 카페나 도서관같이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미팅 내용 정리, 계약 서류 작업, 세일즈 설득 자료, 다음 미팅 준비 등의 일을 한다. 나 같은 경우 하루 종일 미팅을 하는 날에는 최대한 다른 고객과 통화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보통 고객과 통화를 하고 끝이 아니라, 다른 할 일이 추가로 생기게 되는데 그럼 내가 그날 가장 중요한 미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고객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급한 요청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당일 미팅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다음날 하려고 했다.
나는 일주일을 미리 계획하는 편인데 보통은 이런 식으로 스케줄을 짰다.
- 월요일: 팀미팅 + 다른 팀과 협업해야 할 일들 + 전략적인 일들/앉아서 고민해야 할 일들
- 화요일 ~ 목요일: 미팅 + 콜드콜 등 고객과 최대한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
- 금요일: 딜 진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서류 작업들 + 고객 요청 사항
물론 화요일 ~ 목요일에도 고객이 일하지 않는 아침 일찍이나, 저녁 시간 이후에는 그날 당장 처리해야 하는 고객의 요청사항, 팀의 요청사항 등에 시간을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일을 정하고, 그 일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됐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필수는 아니지만, 운전면허가 있다면 정말 큰 플러스가 된다. 직접 운전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차이로 고객과 미팅을 스케줄 할 때 꽤 큰 차이가 생긴다. 물론 운전을 못 한다면 대중교통 + 택시를 사용하면 되지만, 직접 운전하는 것이 더 쌀 때도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추가로 나는 운전을 해서 피곤한 것보다 대중교통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이용하는 것에 더 피로감을 느끼는 편이라서, 직접 운전하는 것을 대부분 선호했다.
4. 팀과 일하는 시간 vs 혼자 일하는 시간
하루하루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했으니, 그 일을 그럼 나 혼자 하는지, 팀과 같이 하는 일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할 것 같다. 세일즈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꽤 많은 시간을 혼자서 한다. 특히 고객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고객의 문제를 100%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나 Quota Carrying Sales Rep이라면 일하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고객과 이야기하고, 고객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당연히 미팅을 하기 위해 외근을 하거나, 며칠씩 출장을 가게 되면 회사에 아예 가지 않는 날도 있다. 나도 그래서 가장 길게는 일주일 정도 팀원들 얼굴을 보지 못한 적도 있다. 물론 필요할 때마다 사내 메신저나, 협업툴, 전화 등을 통해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외로운 일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아예 없는가라고 할 수 없다.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함께 일하는 세일즈 팀 내부 인원들과는 꽤 가깝게 지내게 된다. 일주일 내내 각자 담당하는 고객과 대부분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일도 많지 않지만,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얼마나 고생하고 또 고군분투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팀미팅을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이 공감하게 되고, 또 응원하기도 한다.
지금 쓴 것보다 훨씬 짧고 간결하게 세일즈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소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말이 많아졌습니다. 근데 이것도 꽤 생략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읽으면서 좀 더 궁금한 것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