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워크숍 회고

한 달 동안 같이 먹고 자고 일하기 놀고 웃고 떠들고...

팀 워크숍 회고

9/17 ~ 10/18까지 한 달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팀원들과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먹고 자고 일하고 놀고 웃고 떠들면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결론적으로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느꼈던 것들, 배웠던 것들이 참 많아서 도착한 지 첫날 바로 회고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모이게 된 거야?

내가 일하고 있는 Relate 팀은 100% 리모트로 일하고 있다. 구성원 7명 중에 3명은 미국에, 4명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시간대를 맞춰서 일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정말 부러워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동시에 "진짜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만한 환경이다. 관련해서는 팀에 합류한 뒤 정리했던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리모트로 일 한다고 일이 안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오프라인을 100%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이다.

100% 리모트로 일을 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 모두가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워크숍, 또는 리트릿을 해왔다고 한다. 올해는 마침 우리 팀이 YC에 합격을 해서 공동창업자들이 샌프란 시스코에 와야 했고, 그 일정에 맞춰서 팀 전체가 모여 가능한 긴 시간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 같이 먹고 자고 일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제품의 방향성이나 일하는 방식, 컬처 등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팀원들과 에어비앤비에서 같이 사는 게 괜찮을지, 어색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더 친해지고 편해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더 가까워지면서 일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됐다.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매일 같이 운동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면서 중간중간 나눴던 대화들이나 밤에 했던 보드게임, 아직도 매트릭스를 보지 못했던 한 명의 팀원을 위해 모두가 같이 매트릭스를 봤던 것 등 정말 재밌는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 그걸 다 적게 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만 골라서 공유한다.

1.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 + 컬처 토크.

한 달에 한 번 하는 All-Hands Meeting 때 이미 한 번 서로 알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사전 질문에 답을 한 뒤 공유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줌으로 할 때와 직접 만나서 한 공간에서 할 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미 같이 살면서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에 이런 시간을 가졌다는 것도 영향이 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팀의 컬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잘 되고 있는 것들은 칭찬하고, 잘 되지 않았던 것들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도 정말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고마웠던 것들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이때 느꼈던 게 우리가 직장이나, 교회나, 아니면 그냥 가까운 관계에서도 오랜 시간 무언가를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칭찬에는 인색해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게 되고, 일 하는 것이 즐겁기 어려워진다. 우리 팀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는 서로에게 더 칭찬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칭찬이나 격려, 인정하는 말을 더 잘해주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2. Unconference

Unconference는 자기가 잘 알고 열정 있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차원에서 각자가 관심 있고 흥미 있는 주제로 7명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우리 팀 CTO 윌의 자전거 이야기였다.

윌은 원래 운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코로나 때 이전 회사 동료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게 됐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배운 5가지 레슨을 공유해줬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바로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거였다.

윌과 회사 동료들이 자전거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고 했다. 근데 막상 나가보니 다들 프로가 아닐 뿐이지 거의 선수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윌과 동료들은 무조건 꼴찌를 할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이야기를 시작 전에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말도 안 되는 격차로 벌어지면서 거리가 벌어지고, 결국 팀원들끼리도 뿔뿔이 흩어져서 윌 혼자서 계속 자전거를 타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포기하고 싶은 생각과 유혹이 점점 강해져서 자전거를 타는 내내 "그만둘까? 이만큼 했으면 충분히 열심히 했잖아?" 하는 생각도 들고, 자기 동료들도 이미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윌은 끝까지 경주를 마쳤고 가장 마지막으로 경주를 마쳤다고 했다. 경주가 끝나고 동료들을 찾아보니 모두가 경주를 포기하지 않고 마쳤다고 했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상위 1/3의 성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말도 안 되게 격차가 벌어져서 무조건 꼴찌일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2/3의 사람들이 포기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나에게는 너무 응원이 되는 이야기였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할 수는 있는 건지, 초조하고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응원이 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

3. Product Workshop

모두가 같이 있었던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중 하나가 Product Workshop이었다. 개발자들을 위해 B2B Sales Process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B2B Sales를 하기 위해서 CRM이 어떤 역할을 하고, 고객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기능들이 왜 필요한 건지, 그런 기능을 어떻게 구현하는 것이 좋은지 등 우리 제품의 방향성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밤늦게까지 이야기하고, 다음날 일어나서도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재밌는 시간 중에 하나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제 우리 팀 개발자들도 웬만한 사람들보다도 B2B Sales Process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B Sales Process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제품을 만드는 퀄리티도 올라가고, 제품도 더 빠르게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같이 살다 보니 헤어질 때가 되니 정말 아쉬웠다. 그러면 기대했던 것은 앞으로 리모트로 일하면서 더 즐겁게, 그리고 더 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너무 좋다.

특히 공동창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왔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무엇보다 나랑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있는 나의 매니저이자,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자, 같은 팀이기도 한 크리스와 친해지고 편해진 게 큰 것 같다. 훨씬 Align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하는데도 더 이상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내년에는 워크숍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제품과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싶다.

화이팅!

You are not "forced" to us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