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세일즈 담당자로 취업 성공하기

2018년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 B2B 세일즈로 취업 준비하던 때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부제: 하버드 학생들 7명과 인터뷰 본 후기.

이 글은 2022년 2월 16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2018년 가을, 비즈니스 스쿨 4학년으로써 취업 준비에 정말 열심이었다. 성의 없이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인지,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등등 나름 꼼꼼히 확인하면서 지원했다. 서류 통과 후 간단한 Phone Screen 인터뷰도 많이 했고, 1차 Zoom Interview도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축하한다며 Final Round에 진출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Final Round를 위해 회사가 있는 애리조나로 올 수 있는지, 관련해서는 곧 HR에서 안내 이메일이 올 거라고 했다. 원래는 대학교 졸업 후에도 보스턴에서 취직을 해서 남고 싶었기 때문에,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경험 차원에서라도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 약속된 시간에 맞춰 HQ로 들어가 지원자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를 포함한 총 8명의 지원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하버드 학생들이었다.

© claybanks, 출처 Unsplash

하버드 학생들 7명과 최종 인터뷰 본 후기

내가 인터뷰를 보던 회사는 Public Safety 인더스트리의 회사였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는 회사였다. 그래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하버드 학생들 밖에 없는걸 보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여기가 이렇게 좋은 회사였나...? 내가 얘네들이랑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졸업한 Boston College도 충분히 좋은 학교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하버드와 격차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이런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비행기를 6시간이나 타고 왔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고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아무리 하버드 학생들이라고 해도 공부랑 일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멘탈을 잡고 인터뷰에 참여했다.

그날 인터뷰는 바로 Superday Interview라는, 미국 대학교를 졸업하며 처음 취업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매우 특이한 인터뷰 프로스세이다. 보통은 Investment Banking이나 Consulting 쪽에서 많이 한다. 슈퍼데이는 말 그래도 정말 슈퍼한 인터뷰다... 쉽게 설명하면 인터뷰가 하루 종일 진행된다.

최종 인터뷰 일정

1. 총 6개의 30분짜리 1:1 인터뷰

  • 9AM ~ 12PM
  • 모든 인터뷰가 백투백으로 진행되며, 보통 지원자는 지정된 장소에 계속 앉아 있고 아주 높으신 분들 6명이 돌아가면서 지원자를 찾아온다.
  • 그리고 각 면접관의 성향/성격/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1:1 인터뷰가 진행된다. 아주 캐주얼한 Behavioral Interview를 진행하기도 하고, Scenario-Based Interview, Problem-Solving Interview, Stress Interview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2. 점심 식사 (라고 하지만 이것도 인터뷰다.)

  • 12PM ~ 1PM
  • 1~2년 차 선배들과 지원자들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오전 인터뷰는 어땠는지, 오후 인터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 언뜻 보면 정말 캐주얼한 식사시간이지만, 이 시간 또한 인터뷰의 일부이다. 선배들이 보기에 누가 네트워킹을 잘 하는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등을 보고 Hiring Manager들에게 의견을 준다.
  •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영향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혀 편하게 식사하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피로감이 크다.

3. 그룹 인터뷰

  • 1PM ~ 4PM
  • 오후 인터뷰 방식은 인더스트리와 회사마다 다를 것 같다. 내가 했던 인터뷰는 세일즈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회사의 임원들이 고객이라고 가정하고, 회사의 특정 제품을 세일즈 하는 피치를 해야 했다.
  • 어떤 제품인지는 Final Round 인터뷰 안내 이메일에 랜덤으로 지정해 줬다.
  • 이때 들어오는 임원들은 오전에 1:1 인터뷰를 했던 임원들이 대부분이고 오후 세션만 참여하는 임원들도 있다. 그래서 오전에 나를 매우 힘들게 했던 임원이 걸리면... 정말 쉽지 않다.
  • 그리고 세일즈 피치를 하는데 Stress Interview를 섞어서 했다.
© linkedinsalesnavigator, 출처 Unsplash

오전 인터뷰 후기 (1:1 인터뷰 x 6)

사전에 내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순서로 인터뷰를 할 건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LinkedIn 프로필 링크가 제공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기본적이 백그라운드를 확인하고, 나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 같은지, 나는 또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준비할 수 있다. 결국 인터뷰도 세일즈다. 세일즈가 고객의 니즈에 맞게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듯, 인터뷰도 담당자의 니즈에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 나란 사람을 솔루션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LinkedIn 프로필이나 관련 경력, 기사들을 찾아본다고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람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준비, 즉 내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를 알고 오는지를 면접관에게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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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준비 팁 #1: 어떤 단계에서든지, 내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어떤 주제/목적을 갖고 이야기하는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이야기하는지를 꼭 파악하세요. 명확하지 않다면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특히 세일즈 담당자라면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고객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 gregbulla, 출처 Unsplash

인터뷰는 그동안 나의 경력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하고, 왜 이 회사에 오고 싶은지, 그리고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Scenario-Based Interview, Problem Solving 인터뷰 등 다양하게 진행했다. 여기서 몇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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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준비 팁 #2: 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답변은 완벽하게 준비가 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자신의 꿈의 회사라는 이야기 같은 거짓말을 하지 마세요. 물론 진짜라면 그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나, 이 회사의 비즈니스, 또는 내가 함께 일하게 될 매니저/팀장 등이 나에게 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와 같은 설명이 필요해요. 그냥 아무 데나 지원했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면... 그때부터는 의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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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준비 팁 #3: 왜 이 직무에서 관심이 있는지, 나는 어떤 역량이 있는지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입이기 때문에 관련 경력도 없고, 역량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사람이 왜 이 일이 하고 싶은지, 그에 필요한 역량이 있는지 설득이 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그 이후 인터뷰 분위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되기 쉽습니다.

오후 인터뷰 후기 (세일즈 피칭)

오후 인터뷰는 지원자는 4명씩 두 그룹으로, 그리고 오전 인터뷰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임원들과 몇 명의 추가 임원들이 두 그룹으로 나눠져서 진행됐다. 그리고 누가 먼저 피칭을 할 건지도 랜덤으로 배정됐다. 오전 세션에는 모든 지원자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각자 진행됐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같은 그룹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접관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지원자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나는 두 번째로 진행하게 됐고, 첫 번째로 진행했던 지원자의 발표를 들으면서 은근 자신감이 들었다. "생각보다 할만한데...?"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 피칭의 스토리 라인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고, 제품의 상세 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다 생략했다. 면접관들이 내가 기능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는지 테스트하고 싶다면 Q&A에서 물어볼 것이고, 그때 자신 있게 답변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제품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얼마나 크고 기존의 솔루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는지, 우리 제품은 왜 이 문제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전달했다.

물론 영어가 나에게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고, 중간에 돌발 질문 같은 것들이 있을 때는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해서 버벅거린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했고 그게 잘 먹혔던 것 같다.

하나 재밌는 것은 피칭을 시작하자마자 면접관 중 한 명이 정말 당황스러운 질문을 했다.

정말 미안한데, 내 딸이 계속 전화하고 문자하면서 왜 하늘이 하늘색이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걸 해결해야 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다행이었던 건 내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혹시나 이런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인터넷에 찾아봤던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딱 한 가지 질문만 봤었는데 그게 바로 "하늘은 왜 하늘색인가?"였다. 대충 내가 이해한 바로는 빛이 반사될 때 여러 가지 색깔 중 하늘색의 wavelength가 가장 짧아 우리 눈에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근데 그 상황에서 너무 과학적으로 바로 답을 하면 왠지 더 과학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너무 준비된 답변 같아서 나름 농담을 했다.

그럼 딸한테 왜 우리가 하늘색을 하늘색이라고 할까? 왜 빨간색이라고 안 할까? 그거를 한번 고민해 보고 아빠한테 이야기해 줄래?"라고 물어보라고 했다.

물론 한국말로 이렇게 해놓으니 참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던 게 면접관들이 모두 웃었다. 그럼 웃고 넘어가지 굳이 다시 나한테 물어봤다.

"혹시 근데 정말로 답을 알아?" 그래서 간단하게 답을 이야기해주고 세일즈 피칭을 다시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지원자들한테는 왜 지구에는 사계절이 있는지, 미국에서 매년 태어나는 아기는 몇 명이나 되는지 같은 이야기를 물어봤다. 이런 질문의 의도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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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준비 팁 #4: 질문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거나, 답변을 모르거나, 아니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섣부르게 일단 말부터 하는 건 최악이다. 잠시 생각을 해도 된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정말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면 헛소리를 하는 것보다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답을 찾아서 이야기해 줄 것인지 말하면 된다.
© alexmachado, 출처 Unsplash

정말 하루 종일 진행했던 Superday Interview가 끝나고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름 좋은 느낌이 있었다. 물론 오전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하버드 학생이라는 말에 쫄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나도 비빌만한 역량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이 금요일이었고, 일요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정리하고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인터뷰를 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CRO한테 직접 전화가 와서 내가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빨리 알려주고 싶었고, 조만간 Officail Offer Letter를 HR에서 보낼 거라고 했다. 참 얼떨떨하기도 하고 이게 진짜인가 싶기도 했다. 오퍼를 받고 지금의 아내가 된 그때 당시 여자친구와도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또 CRO와 통화하면서 처우 협의도 하고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면서 약 2주의 시간이 지났고, 결국 나는 오퍼를 Accept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