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까...?

B2B 세일즈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직하는 이야기.

이 글은 2022년 3월 11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2월에 한국에 가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미국에서 새로운 직장을 잡기 위해서 열심히 인터뷰를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결정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 사실 오늘 중으로 결정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다음 주 초로 밀리게 됐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한 상황인데, 생각도 정리할 겸 글을 써본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일단 비자 취득과 동시에 2-3일 동안 Job Application을 20~30개 정도 넣었던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은 내가 가장 관심 있는 Edtech Startup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55개의 Application을 넣었다. 1차를 통과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곳들은 총 6군대로 약 10%의 서류 통과율이 나왔다. 이게 좋은 수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낮았다. 나름 경쟁력 있는 커리어라고 생각했는데 Recruiter나 Hiring Manager들의 시선은 달랐던 것 같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나의 약점은 다음과 같다.

1. 세일즈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성과인데, 그게 부족하다.

결국 세일즈는 성과로 말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큰 약점이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나는 Six Figure Deal을 이렇게 많이 담당했고, 실제로 지난 00년간 $000,000만큼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하는 것이 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게 없다. 지난 두 회사 모두 사내 벤처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었고, Annual Contract Value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신사업 개발을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큰 계약을 따내기 시작하고,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쉽게도 각 회사에 더 오랜 기간 동안 남아서 일을 할 수 없었다.

2. 내 경력에 비해서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해왔다.

이건 분명 장점으로도 작용하지만, Series B 이상 넘어가는 스타트업들부터는 세일즈 팀에서 역할이 꽤 구체적으로 나눠진다. SDR/BDR, AE, AM, CX 등등. 그런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지난 3년간 계속 해왔다. 그리고 숫자로 확실하게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SDR/BDR의 일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원했던 포지션은 대부분 AE 포지션이다 보니 내가 다뤄왔던 딜의 규모 보다 더 큰 딜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갖는 것 같다. 물론 잘 할 수 있다는 설득을 열심히 했고, 그래서 뒷 단계로 넘어가는 인터뷰도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3.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직이라는 점.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직할 때는 최소한 불리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유리한 것이 많았다. 훨씬 수월하게 서류를 통과하고 인터뷰가 잡힌다든지, 미국에서의 경험을 기본적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대화가 훨씬 쉽게 진행된다든지 등등...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직은 좀 다르다. 거의 대부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고, 겨우겨우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Recruiter나 Hiring Manager가 가장 우려했던 이유는 결국 같은 Edtech이고 거의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과 세일즈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라고 해도 시장과 고객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서류를 통과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6개 회사 중에 4개가 거의 파이널까지 갔거나 가고 있으니 인터뷰를 한 이후부터는 나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확실히 나를 좋아하고, 내 경력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주로 Mission-Oriented인 사람들이 그랬다. 어쨌든 이제 Job Searching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고, 나도 이제 꽤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회사,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선택지에서 결정하려고 한다. 결국 2개의 선택지로 좁혀지는 것 같은데, 사실 내게 선택지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기다리고 있다.

BoardSpot

  • Company Name: BoardSpot
  • Industry: SaaS, Nonprofits, Social Impact
  • Product: Board Governance SW for Nonprofits
  • Stage: Pre-Seed
  • Team: 5 People
  • Position: Accoun Executive

가장 먼저 오퍼를 주었고, 지금 나한테 Final Offer를 준 유일한 회사다. 회사의 CEO를 1월부터 알게 되었고 몇 번 줌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은 나를 채용하고 싶어 했지만 비자 문제가 있었고,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연락 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BoardSpot의 장점:

  1. 일단 왜인지 모르겠지만 CEO가 나를 좋아하고 나를 채용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했다. 비자가 없을 때는 3rd Party를 통해서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봐 줬고, 비자가 생긴 이후에도 별다른 절차 없이 바로 오퍼를 줬다. 그리고 오퍼를 준 이후에도 나의 수많은 질문들에 성실하게 답변해 주고 있고, 작은 팀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Risk Taking을 할 수 있게 지분을 요구했는데 그것도 들어줬다. 물론 이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이미 합류한 3명의 직원들은 지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봤을 때 나를 채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2. BoardSpot은 Nonprofits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Mission-Oriented People & Organization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나한테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나중에는 Impact VC/AC 쪽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어쨌든 그냥 단순히 Profit만 집중하는 비즈니스보다는 Social Impact도 같이 챙기는 비즈니스가 내가 더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
  3. 작은 팀이기 때문에 내가 혼자서 다양한 시도와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지난 2개의 회사에서 일했던 환경과 비슷하다. 오히려 더 심할 수 있다. 첫 번째 회사는 사내 벤처였기 때문에 2명짜리 팀이었지만 Risk는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는 세일즈 팀은 3명이었지만 전체 팀원은 20명이 넘는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6번째 멤버다. 미국으로 가게 될 때 지금 경험했던 회사들보다 더 작은 팀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해보려니 걱정도 되고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다.

BoardSpot의 단점:

  1. 내가 시장, 고객,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래서 확신을 갖기가 힘들다. 작은 팀일수록 결국 시장, 팀, 제품을 보고 들어가는 건데 시장도 잘 모르고, 팀은 대표가 나를 좋아한다는 거 말고는 모르고, 제품은 더더욱 모른다. Board Governance SW for Nonprofits라...?
  2. Nonprofits이 고객이기 때문에 당연히 Annual Contract Value가 높을 수 없다. Six Figure는 상상도 못하고 Five Figure도 과연 가능한 시점이 올까...? 이게 내 경력의 단점이기도 했는데... 괜찮을까?
  3. 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포트가 없다. 이번에도 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다. 세일즈 업무부터 이제는 마케팅도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경험일 수 있고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어려운 환경인 것은 맞다. 근데 그런 만큼 내가 확신이 있을까?
  4. 팀이 기존에 존재했던 비즈니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탄생한 팀이다. 멤버들은 원래 Web Development for Nonprofits를 하는 비즈니스를 하다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보고 MVP 런칭부터 2018년부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팀이다. 여기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멤버들이 기존의 팀과, BoardSpot의 일을 겸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하나만 해도 90% 이상이 Fail 하는 스타트업인데... 잘 할 수 있을까?
  5. 당연히 Compensation Package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근데... 내가 뭐 그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한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었을까?

Leif

  • Company Name: Leif
  • Industry: Edtech, Fintech, Social Impact
  • Product: Income Share Agreement Platform Business
  • Stage: Series A
  • Team: 40+ People
  • Position: Partnerships Development Representative

파이널 라운드를 끝내고 Final Decision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BoardSpot보다 더 관심이 많은 곳이다. 인터뷰에서 크게 문제 되거나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없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고 경쟁자 수도 많은 것 같아 걱정이 좀 되기 시작했다. 될 거라고 생각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 곳이다.

Leif의 장점:

  1. Income Share Agreement라는 내가 한국에서부터 매우 관심을 가졌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걸 내가 좋아하는 Education Industry에서 한다. 그런 관점에서 관심사로 보면 매우 적합한 곳이다.
  2. 팀도 기존 사업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Customer Vertical로 확장하는 신사업 팀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확보한 고객이 5명 밖에 되지 않는 팀이다. 주요 고객도 Higher Education이라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편이다. 내가 여태 해왔던 일이고,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나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것도 매우 플러스 요소였다.
  3. 내가 같이 일할 두 명의 매니저가 업계 20+년 경력을 가진 엄청난 사람들이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 사람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팀 리드가 나를 좋게 봐주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것에 기대가 크다. 팀 리드는 심지어 남은 인터뷰 프로세스를 취소하고 바로 채용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본다고 했지만 결국 파이널까지 보고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설레발은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Leif의 단점

  1. 포지션을 낮춰서 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Prospecting도 하고 Closing도 하고, 신사업 프로젝트도 리드해 보고 많은 일들을 했다. 하지만 이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Prospecting & Business Development에 집중하는 역할이다. 물론 Typical SDR/BDR이라기보다는 신사업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2. 어쨌든 포지션을 낮춰서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목표들을 Crush 해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회사는 성장하지만 나보다 더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나는 그냥 군번줄이 꼬인 막내가 될 수도 있다.
  3. 내 바로 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경력 차이가 거의 20년이다. 좋을 수도 있지만, 매우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론: Leif가 되면 Leif로 가고, Leif가 안 되면 BoardSpot으로.

나한테 선택권도 없는데 뭐 이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열심히 글을 썼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BoardSpot에는 여러 Risk가 있고, 확신이 부족한 것도 있다. 그러면 다른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조금 더 Job Searching을 해보면 어떤가 싶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지난 두 직장에서 일을 하기까지도 엄청 많은 기회들 중에 가장 좋은 기회를 찾아갔던 게 아니었다. 그냥 내게 주어진 하나의 선택권 밖에 없었다. 물론 코멘토는 내가 너무 가고 싶었고 지원부터 채용까지 거의 1주일 만에 끝나서 다른 기회가 없던 거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라면 그냥 이 모든 것들이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걱정과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선택이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확신만 가득 찬 상태로 결정하고 살았던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걱정과 아쉬움, 속상한 마음이 컸던 결정 후에 시간이 더 많이 지나고 나면, 결국 그 경험 또한 내게 정말 필요하고 귀한 경험이 되었으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과연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