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 방법 #2

나의 분노가 향하는 곳

*이 글은 2021년 3월 9일에 작성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분노'라는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람마다 '분노'라는 감정과 관련된 경험이 다 다를 것 같다.

나의 어릴 적 경험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는 분노 그 자체인 사람이었고, 사람들은 분노해 있던 나에게 늘 쓴소리였다. 분노란 나쁜 것이고, 참아야 하는 것이고, 억눌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분노 그 자체인 사람인데,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안 된다는 걸까?

마치 헐크가 늘 화가 나있는 것처럼,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늘 화가 나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 그 자체로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가 되어야 한다거나, 혹은 '나'로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예 다른 '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이건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다 다른데, 똑같은 걸 공부해서 시험을 보고 그 점수대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점수대로 기회가 주어지고,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인정과 사랑의 격차가 벌어진다. 나는 이런 세상에, 그리고 나를 평가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사람들처럼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평가하고 질책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이 있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라는 책인데, 이제 막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뒤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얼마 읽지 않는 책에서 내가 크게 공감했던 문구가 있어 나눈다.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나' 그 자체로는 인정받기 힘든 상황에서 '나'가 아닌 더 나은 '나', 혹은 내가 아닌 '나'가 되기 위해 '나'를 흐렸다. 당연히 나의 마음은 병들 수밖에 없었고, 그런 삶에 나는 분노했다. 그리고 분노란 나쁜 것이기 때문에 분노하고 있던 '나'를 다시 흐려야 했다. 악순환이었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내 마음속 분노는 더욱 커졌다. 나의 기본 정서가 '분노'였고, 그런 내가 아픈 사람 같아서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해결된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나의 생각을 깨뜨려준 사람이 있었다. 내 안에 너무 분노가 많다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던 나에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원석아 분노는 나쁜 게 아니야. 네가 화가 나는 건 사랑이 많아서 화가 나는 거야.

분노가 나쁜 게 아니라는 말을 내게 처음 해준 사람이었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줬다. 심지어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뜨거운 사람이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해줬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유달리 화가 많은 건 내가 잘못되서가 아니라 사랑이 많아서라고 해줬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설득력이 있는 말 같지는 않지만, 난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늘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말을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이후 한순간에 '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을 계기로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더 '나'다워졌다. 그런 시간을 겪다 보니 내 주변에 나와 똑같은 이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치 나의 일처럼 속상했고 화가 났다.

그렇게 나는 내 분노가 향하던 곳, '나' 그 자체로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없는 문제에 사명감이 생겼다. 당장은 나와 같은 문제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찍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위로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진짜 위로가 됐는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나'를 알아가고 가꿔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과연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가능하게 하려면 할 일이 참 많다.

내가 꿈을 꾸고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