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하면서 배운 것들 (부제: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최근에 새로운 일을 하면서 배운 것들,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하는 방법과 스타트업에서 resourceful 하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공유한다.

최근 일하면서 배운 것들 (부제: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스타트업을 위한 심플한 CRM을 만드는 Relate에서 일하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단순히 B2B 세일즈만 하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새로 배워서 하고 있다. 지금 팀에서 하는 일은 B2B 영업, 마케팅,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 그리고 커뮤니티 운영이나 제품 주도 성장 전략(Product-Led Growth)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등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더 이상 영업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B2B 팀에서 돈을 벌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제네럴리스트(Generalist)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 중에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도 있고, 그래서 배우면서 해야 하는 일들이 꽤 많았다.

최근에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들을 공유한다.

  • 제품 주도 성장을 위한 툴 활용 (Intercom & June.so)
  •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 스타트업에서 정말 중요한 Resourceful 하다는 것의 의미

제품 주도 성장을 위한 툴 활용 (Intercom & June.so)

Relate는 그동안 클로즈 베타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을 만나서 Fit을 확인하고, 직접 온보딩하며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었다.

하지만 이제 곧 퍼블릭 베타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그런 고객들이 전보다 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돕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중에 내가 맡은 것 중 인터콤(Intercom)과 준(June.so)라는 툴을 활용해서 제품 주도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있었다.

인터콤(Intercom)으로 셀프 온보딩 플로우 만들기

인터콤(Intercom)이란 채팅 베이스의 고객 서포트 툴이다. 서비스 홈페이지나 앱을 사용할 때 주로 하단에 동그란 메세지 버튼을 눌러 문의나 요청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툴이다. 한국에는 채널톡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인터콤은 단순히 채팅으로 고객 서포트하는 것 이외에도 고객들이 제품 사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말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 이번에 사용했던 것이 Series라는 기능으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자동으로 메세지를 보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거나 제품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제품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Series 기능을 사용해서 신규 고객들이 우리 팀이 직접 온보딩하지 않더라도 혼자서도 잘 사용할 수 있는 셀프 온보딩 플로우를 만들게 됐다.

이렇게 상황에 맞게 내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준(June.so)로 온보딩한 고객들의 제품 사용 데이터 대시보드 만들기

준(June.so)이란 믹스패널(mixpanel)이나 앰플리튜드(Amplitude)같은 제품 분석(Product Analytics) 툴로서 SaaS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지 등의 제품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기 위한 툴이다.

준으로는 여러 가지 리포트를 만들 수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만들었던 5가지이다.

  • New User Activation (신규 고객 활성화): 신규 고객이 처음 회원 가입한 이후 기본적인 워크스페이스 세팅, 기능 사용, 아하 모먼트 (Aha Moment), 락인까지 되는 모든 과정을 추적.
  • Retention: 고객들이 제품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 Feature Report: 고객들이 어떤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어떤 기능은 잘 사용하지 않는가?
  • Most Engaged Users / Power Users: 고객 중에서 우리 제품을 가장 잘, 열심히 사용하는 고객들은 누구인가?
  • Churn Risk: 지난 30일 동안 우리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고객들은 누구인가?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위에서 간단히 소개한 두 가지 작업 중 인터콤을 먼저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개발 지식도 필요했고 개발자에게 추가 개발 요청이나 도움을 받아야 할 게 많았다.

그러면서 두 가지 정말 중요한 (특히 초기 B2B SaaS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비개발자 직군은 더더욱)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1/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문제 중심으로 전달할 것

많은 경우 개발자에게 (또는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업무 요청을 할 때 "000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식으로 요청한다. 내가 바로 그중 하나였다.

이건 내가 개발자에게 솔루션을 정해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정작 솔루션을 만드는 개발자는 그 솔루션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모른다면, 솔루션을 만들 때 좋은 솔루션을 만들 수 없다. 개발자는 단순히 코딩하는 사람이 아닌, 코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제품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아는 사람은 개발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에게 솔루션이 아닌, 문제와 그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전달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2/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문제의 중요도를 알려줄 것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또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중요도를 알려주는 것이다. 즉 얼마나 우선순위가 높은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고민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모든 문제가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해야 할 일도 많고, 해결할 문제도 많다. 그럴 때는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닌, 무엇을 안 할지 선택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개발자가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전달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꼭 알려줘야 한다.

만약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나 질문을 할 때는, 업무 요청이 아닌 아이디어/질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개발자가 "당장 내가 뭔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발자의 주의력은 희소자원이기 때문에 그걸 쉽게 소비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대표 이미지

이런 내용이 잘 정리된 책이 Twilio(트윌리오)의 공동창업자이자 대표 제프 로슨(Jeff Lawson)이 쓴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책이다. 최근 우리 팀에서 모든 팀원이 함께 읽고 북리뷰를 진행하면서 더 일을 잘하기 위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읽으면서 단순히 개발자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어떻게 협업해야 할지 뿐만 아니라 내가 일하면서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같은 찐 문과생이면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거나,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한 번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정말 중요한 Resourceful 하다는 것의 의미

person kneeling in front of bonfire outside
Photo by Famous Artist Painter Ortega Maila / Unsplash

스타트업에서 Resourceful 해야 하는 이유

Resourceful(수완이 좋은)하다는 것은 단순하게는 일을 잘 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는 주어진 자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이 매우 부족한 (또는 없는) 스타트업에서 Resourceful 한 것은 포지션과 역할을 불문하고 매우 중요하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초기 스타트업에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너무 많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당연히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리소스가 매우 부족한 스타트업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문제만 잘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뭘 안 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또 중요한 문제라고 해서 무작정 모든 리소스를 투자해서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 스타트업을 달리면서 동시에 신발 끈을 묶어야 하는 것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발 끈을 묶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해서 아예 멈춰서 신발끈을 묶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문제더라도 가장 최소한의 리소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한의 리소스로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리소스를 아끼는 게 아니다. 100만 원을 주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100만 원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 물론 그게 정말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꽤 자주,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알고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에 무턱대고 100만 원을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10만 원만, 또는 만 원만 내고서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꼭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만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

결론적으로 최근에 일하며 배운 것은 물론 개발자와 어떻게 더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할 수 있는지도 있지만, 내가 일하면서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인 것 같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할 일은 끝이 없다. 그 일을 전에는 좋은 체력과 실행력으로 최대한 다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만,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실제로 이렇게 의사결정하고 일하게 됐을 때 정말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