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지 않고 산다는 것?

내가 대학생 때 가장 듣기 싫었던, 가장 화나게 했던 선배들의 말이 있다. "나도 학생 때는 그랬는데, 직장 생활 시작하니까 이렇게 되더라."

타협하지 않고 산다는 것?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내가 대학생 때 가장 듣기 싫었던, 가장 화나게 했던 선배들의 말이 있다.

나도 학생 때는 그랬는데, 직장 생활 시작하니까 이렇게 되더라.

교회 대학부에서 리더십을 맡았었던 형, 누나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전처럼 교회를 섬기지 않고, 심지어 교회를 떠나면서 나에게 했던 말이다.

선배가 돼서 후배들을 축복해 주지는 못할망정, 저주하다니. 정말 화가 났었다. 지금도 선배들이 그 말을 하면서 지었던 표정, 말의 톤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그 생각을 하면 여전히 화가 난다.

선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후배들에게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을 잘 소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망을 주기는커녕 소망을 꺾어버리는 짓이기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사회생활 시작하니까 어떤 게 달라졌을까?

당연히 대학생과 사회인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고 직장은 내가 돈을 받으면서 다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에 책임감, 부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교도 나의 퍼포먼스를 평가받고 끊임없이 옆사람과 비교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직장은 평가와 비교를 넘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로 인해 체력 소모도 커지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주말에 더 쉬고 싶어지는 것 같다.

또한, 일이라는 것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일이고, 그 일을 통해 이뤄가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기 때문에 교회 사역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결코 교회 사역이 직장의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장에서 맡겨진 일을 잘하는 것,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게 교회를 떠나는 일이 되는 게 맞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학생 때 워낙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있었고, 여러 가지 사역을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를 떠난 선배들의 저주 대상이 됐었다.

그래서 더더욱 선배들의 말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억할 때마다 화가 났다.

역시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시니어 때 전교인이 함께 모여서 금요예배를 드릴 때가 있었다. 그때 어떤 집사님께서 찬양 인도를 하셨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께서 찬양 인도하신 집사님은 직장생활도 하시면서, 아이도 키우시면서, 꾸준히 찬양 인도와 여러 가지로 교회를 섬기고 계신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역시! 모두가 나이를 먹는다고, 직장과 삶의 여러 일로 바빠진다고 교회를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교회를 학생 때처럼 섬기는 것은 솔직히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공부를 싫어했고, 일을 재밌었기 때문에 더 쉬웠다.

그런데 결혼한 뒤, 첫 아이를 낳고 나니 확실히 전보다는 어려운 것이 많다. 솔직히 조금 어려운 건 아니고, 진짜 어렵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아빠가 되는 것, 일도 잘하고 같이 회사 생활하기 좋은 동료가 되는 것도, 교회에서 필요한 부분에서 열심히 섬기는 것도 다 잘하기 정말 어렵다.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이 좋았던 나도 주일 밤이 되면 정말 피곤하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한다는 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힘들고 피곤하니까 서서히 타협하면서 어느새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싶지 않다.

다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다 잘하고 싶었고, 실제로 잘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솔직히 이제는 그게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떻게 모든 것을 병행하면서 다 잘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하나님이 주셨던 마음이 있다.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나는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며,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결코 나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단순히 잘하기 위해서, 저주했던 선배들과는 달라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고 싶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하나님의 소망을 주는 것

또 하나는 후배들에게 하나님의 소망을 주는 것이다.

교회 안에 후배들, 교회 밖에서 만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후배들 모두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 아닌, 소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