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워킹,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00% 리모트 워킹 & 자율 근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리모트 워킹,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포스트는 Relate 팀에서의 나의 경험.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경험인 100% 리모트 워킹 & 자율 근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1. 100% 리모트 워킹

Relate은 나를 포함한 6명의 팀 전원이 리모트로 일을 하고 있다. 그중 4명은 한국에, 그리고 2명의 미국 시카고와 보스턴에 있다. 처음 팀이 만들어질 때부터 리모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게 진짜 가능한지, 효율은 잘 나오는지 등 여러 걱정과 질문들이 있는 것 같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들만 언급하자면 크게 2가지로, 하나는 팀의 퍼포먼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관계에 있다.

1) 리모트 팀은 온 사이트 팀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없다.

모여서 일할 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더 빨리 나올 수 있고, 일처리 또한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리모트로 일하면 팀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하거나 집중하지 못해서 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게 리모트 팀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 같이 나오는 대표적인 걱정과 의심인 것 같다.

이런 걱정에 대한 아직은 짧은 (한 달 반 정도...) 경험과 또 Relate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선물로 받은 3권의 책 중 한 권인 Remote라는 책을 읽으며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답변을 하자면, 불필요한 걱정이고 또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리모트 팀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는 그 즉시 이야기를 하면서 화이트보드에 그림도 그리고 해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는 것보다 실행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아이디어도 좋은 실행이 따라주지 못하면 그냥 좋은 '아이디어'로 끝난다.

그리고 일처리 속도와 팀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케이스의 경우는 결국 채용의 문제라고 Remote 책에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도 공감한다. 일을 못하는 팀원, 그리고 Micro-manage 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팀원은 애초에 채용한 것이 팀의 실수다. 일을 정말 잘하고, 그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팀원은 일을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일을 '잘' 한다. 그래서 리모트 팀은 그만큼 채용이 중요하다.

Remote 책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는 리모트 팀이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노는 팀원이 아니라 너무 많이 일을 해서 번아웃이 오는 팀원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아마 모두가 조금은 경험을 해봤겠지만, 리모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출퇴근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 같은 경우도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게 되면 일어나자마자 슬랙 메시지와 이메일을 체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바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한국의 고객이 더 많다 보니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미팅을 하게 돼서 결국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일을 하게 된다. 뭐, 물론 그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거긴 하지만 나는 가정도 있고, 또 스스로를 위해 어느 정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시작하고 2~3주가 지난 뒤부터는 일부러 오전이나 오후의 몇 시간 타임 블락을 만들어 놓고 쉬거나 놀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한 달 반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5명의 팀원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리모트 팀은 온 사이트 팀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말에는 100% 공감할 수 없게 됐다. 사실 그 어떤 팀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하고, 달성하기로 했던 목표를 위해 엄청난 실행력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팀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고 있다. 솔직히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일 정도로 훌륭한 팀이라 내가 하루빨리 배우고 성장해서 더 많이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 리모트 팀은 제대로 된 팀빌딩을 하기 어렵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팀빌딩은 채용이 아닌 이미 구성된 팀원들 간의 좋은 합을 맞추는 것으로 국한한다. 즉, 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리모트 팀은 서로 다 떨어져 있고, 또 시간대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친해지기 어렵고, 그래서 서로 함께 일하며 나오는 좋은 시너지가 발휘되기 어렵다는 걱정이 많다. 이 또한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온 사이트 팀보다 팀빌딩을 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들은 당연히 있다. 온 사이트일 경우 경험하는 아침에 커피를 타고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 프린트하면서 나누는 대화,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모트 팀은 더더욱 일적인 것이 이외의 대화를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Relate에서 나는 지금 3명의 코파운더들과 매주 1시간 정도씩 일과 관련된 것이든,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것이든, 캐주얼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아, 참고로 코파운더들 3명과 동시에 미팅을 하는 게 아니라 각각 한 명씩과 1:1을 총 3번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출근해서 매일 평균 8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그중에 꽤 많은 시간이 여러 팀원과 이야기를 하는 데 사용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물론 결국 이런 시간이 나와 팀의 퍼포먼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팀에서 일하는 경험의 가장 큰 장점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코파운더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All Hands 미팅을 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해왔던 일을 리뷰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뭐가 중요한지 등을 공유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팀빌딩 액티비티를 하는데 지난번에 내가 참여했던 첫 번째 All Hands 미팅에서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 설문지를 작성하고, 여러 가지 질문의 답변한 것을 공유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팀에게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팀이 6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너무 재밌고 귀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팀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할 수 없는 것들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팀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하면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아닌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려 노력하는 지금의 문화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출처: https://brunch.co.kr/@dooook/196

2. 자율 근무

Relate 팀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다만 한국 시간으로 화요일 오전과 금요일 오전에 전체 팀미팅이 1시간 정도 있고, 매일 아침에 Daily Scrum 미팅을 15분 정도 한다. 그 이외에는 각자가 일하고 싶은 시간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하면 된다. 아무도 내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이렇게 이야기하면 일을 제대로 안 하는 팀원들이 생기지는 않는지,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할 수 있다. 우선 일을 제대로 안 하는 팀원들은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채용의 문제로 본다. 다른 누군가가 옆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데려오지 않는 게 맞다. 오히려 자기가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소수 정예'의 팀을 구성하는 것이 내가 느낀 Relate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코어 타임이다.

1)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나도 팀에 합류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고, 또 지금도 조금 어색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팀에게 보내는 수많은 이메일과 메시지 중에서 지금 당장 답변이 필요한 것들은 사실 거의 없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모두가 지금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바로 답을 해주길 원하고, 바로 답해주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답답해한다.

Relate은 비동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Default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보낸 메시지에 바로 답변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 물론 정말 급한 것들은 예외이다. 실시간으로, 또는 급한 이야기들은 슬랙 메시지, 전화, 또는 줌미팅 등을 통해서 해결한다. 반대로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당장 답변을 받아야 하는 것들이 아닌 것들은 Asana라는 Project Management SW를 활용한다. 거기에서 답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이 커뮤니케이션을 참고해야 하는 사람들을 태그/추가해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기 때문에 내가 몇 시에 일하든 상관이 없다. 내가 운동을 하고 있고, 그래서 팀원의 요청에 바로 답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일이 없다. 물론 정말 급한 일은 예외이다.

2) 코어 타임

Remote 책에서도 나오지만 가능하다면 4시간 정도 모든 리모트 팀이 일하는 시간이 겹치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의 여러 리모트 팀을 보면 코어타임으로 오후 1시-5시, 또는 오전 10시 - 오후 4시 등을 지정해 놓는 팀들이 있다. Relate에서는 정해진 코어타임 자체는 딱히 없다. 가능하면 매주 있는 팀 미팅과 Daily Scrum을 참석하고, 그리고 아직까지는 한국에 주요 고객이 많다 보니 한국 시간으로 오전이 자연스럽게 코어타임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때는 조금 더 자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협업할 거리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나는 보통 오전에 일어나서 개인적인 일이나, 운동 등을 먼저 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집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오거나, 지금처럼 블로그를 쓰거나, 대학원 숙제를 하거나 회사일과 관련되지 않은 일들을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회사일을 먼저 해줘야 하는 상황도 있어서 (미팅이 잡혀있거나, 급한 요청이 있거나 등) 오전에 일을 시작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점심 먹고 오후에 쉬면서 개인적으로 할 것들을 한다.

그리고 저녁 전후로 다시 일을 시작해서 밤 11시~12시 정도에 퇴근을 한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에 미팅이 많이 잡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또한 금요일에는 한국 시간으로는 이미 토요일이라서 저녁/밤 시간에 미팅이 없기도 하고 저녁에 금요예배를 가기 때문에 일찍 퇴근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워낙 많다. 결혼해서 가정도 있고, 교회의 사역도 있고, 블로그도 쓰고, 여러 채널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커리어적인 고민이나 인생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또 일주일에 2~3회 운동을 하고 있고, 골프는 티칭프로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대학원을 다닌다...ㅋㅋㅋ 최대한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업들을 듣고 있어 숙제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어쨌든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일하고 싶은 때에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매우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아내는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라서 9 to 5같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어느 날은 오전 7시에, 어느 날은 오전 9시에, 어느 날은 오후 3시에, 또 어느 날은 오후 5시에 출근했다 새벽에 돌아온다. 그래서 아내의 스케줄에 맞춰 아내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같이 운동하거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해놓고 있다. 이것도 역시 내가 자유롭게 내가 일하는 시간을 정할 수 있는데서 오는 매우 큰 장점이다.

결론: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 너무 감사하다!

일 하는 게 즐겁다는 건 너무 큰 축복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으나 싫으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직업을 갖고 살게 되고, 그리고 그 직업의 일로 인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 일이 즐겁다면, 그 사람은 삶의 많은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또 이렇게 100% 리모트 워킹 & 자율 근무의 상황에서 일을 해보니, 이렇지 않은 팀으로 가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스마트폰을 처음 쓸 때 누군가는 망설이거나,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막상 쓰고 나니 다시는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결국의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리모트 워킹 & 자율 근무의 일하는 문화를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브런치로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하게 글이 평소보다 길어진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은 블로그로 글 이사하는 것부터, 또 어머니와 누나가 집에 와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회사 일도 너무 바빠져서 정신이 없어 오랜만에 쓰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Relate이 Y Combinator에 합격했다. Y Combinator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중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또 모든 팀들이 투자받고 멘토링 받고 싶어 하는 곳이다. 팀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좋은 소식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잘 살려서 팀이 성장하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6수 끝에 합격한 Relate 팀의 Y Combinator (YC) 이야기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에 여섯 번 도전해서, 6수 끝에 합격한 Relate 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