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주일 후기
이나가 태어난 지 일주일. 그 짧지만 긴 시간을 기록해봤습니다.
우리 집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너무나 이쁘고 소중한 딸, 유이나.
이름은 아내가 열심히 고민해서 지어줬다. 기쁠 이, 아리따울 나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아이라는 뜻으로 지었다.
우리 가정보다 아기를 딱 일 년 정도 먼저 난 친구가 이야기해 줬던 게 아기를 낳고 처음 육아를 시작하면 군대에서처럼 시간이 간다고 했다. 하루하루는 너무 바쁘고 힘들고 시간이 빨리 가는데, 길게 보면 또 시간이 너무 안 간다고.
아기를 낳고 나니 정말 공감이 된다. 하루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 뭐만 하면 아기 밥 먹이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아주고 잠깐 쉬고 다른 할 일을 하다 보면 벌써 또 밥 먹일 시간이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직 이나가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유도 분만부터 출산까지
유도 분만 과정
아내는 유도 분만을 했다. 어떤 큰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아기가 조금 작은 편이어서 배 안에서 잘 못 자라는 것 같다고 그냥 1주일 정도 먼저 유도 분만을 하기로 했다.
입원해서는 약 2시간 정도 대기하고 체크인한 뒤 (역시 미국은 참 여유롭다...ㅎㅎ), 조금 있다가 약을 먹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구체적인 유도 분만 과정은 어차피 나보다 더 자세히 알려줄 유튜브나 블로그가 있을 테니 생략하고, 우리는 총 27시간 정도 거렸다.
참 다행이었던 건 아내가 27시간 동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 있었던 건 아니다. 물론 아내가 잘 참았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컨디션이 크게 나쁘지 않아서 같이 식사하면서 드라마도 보고, 아내가 잘 때 나는 일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7시간이 지났을 때쯤, 아내의 자궁 문이 충분히 열려서 분만을 시작하게 됐다.
출산 과정
우선 미국은 남편이 출산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걸 권장하는 편이라고 병원에 가기 전부터 주변에서 들었다. 보통은 아내의 한쪽 다리를 들어주는 것을 기본으로 그 외 여러 가지를 시킨다고 했다.
나는 사실 비위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내가 뭐를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유도 분만 과정부터 너무 용기 있게, 또 담대하게 있는 아내를 보면서 나도 나름 힘을 냈다.
그래서 나도 아내 다리를 들어주는 것부터, 의사 선생님이 푸시할 때 운동하는 것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세주라고 해서 열심히 숫자를 세줬다. 그리고 아내는 느꼈을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아내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
열심히 아내가 푸시를 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의사 선생님이 이번이 아마 마지막 푸시일 거고 자기는 아기를 받을 거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인가?" "진짜 아기가 태어나는 건가?" "벌써 나오는 건가?" "진짜 마지막인가?"
그리고 정말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갑자기 아내 품에 아기가 안겼다. 너무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아기를 보는 데 정말 초음파 3D 사진으로 보던 얼굴과 똑같이 생겨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너무 작은 인간이 아내 품에 안겨서 편안해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큰 문제 없이 태어난 것이 너무 감사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
병원이 사실 그렇게 편하지 않고, 아내도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아서 둘 다 집에 빨리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한 대로 출산 후 딱 하루 뒤에 집에 오게 됐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우리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지...
집에 돌아온 첫날 밤, 이나가 밤새 울었다. 그냥 좀 찡얼대는 게 아니라 정말 죽어라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우리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병원에서 우리한테 가르쳐준 건 보통 배고프면 울지 않고 입을 쩝쩝거리고 양손을 주먹지고 입에 가져다 댄다고 했다. 그래서 우는 건 기저귀를 갈아야 하거나, 가스가 차서 속이 불편하거나, 안아달라거나 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기저귀도 확인해 보고, 계속 트림도 시켜보고, 안아주기도 했지만 이나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디가 아픈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너무 피곤해서 짜증 나기도 했다.
결국 우리 둘 다 거의 밤을 꼬박 새웠다.
이나는 그냥 배가 매우 고팠다
다음날 소아과 진료 예약이 있어서 갔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이나는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배가 매우 고팠던 거다.
몸무게도 너무 많이 줄었고, 쉬도 잘 안 했던 걸 보면 태어나서부터 모유 수유를 하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아내도 이나도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필요한 만큼 먹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분유와 모유를 같이 주기 시작하니 정말 열심히 먹고 잘 자기 시작했다.
ER에 갔던 둘째 날
그렇게 열심히 밥도 먹고 똥도 싸던 이나는 둘째 날 밤에 ER을 갔다. 둘째 날 오후에 소아과 선생님이 분유와 함께 밥을 좀 더 많이 먹이라는 처방(?)과 함께 이야기했던 것은 오늘 밤 11시까지 이나가 쉬를 안 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이유는 워낙 못 먹어서 쉬를 안 하기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체크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나는 밤 11시까지 쉬를 하지 않았다. 똥은 이미 여러 번 싸기는 했지만 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했더니 ER에 가서 검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준비해서 ER을 가는 도중 새벽 1시쯤에 이나는 차에서 쉬를했다...ㅋㅋㅋ 그리고 결국 검사를 받지 않고 다시 집에 돌아왔고, 다음 날 오전 소아과에 다시 가서 밥 잘 먹고 다시 살도 찌고 있고 건강하다고 했다.
정말 너무 피곤하지만 너무 이쁘다
정말 피곤하긴 하다. 낮에는 생각보다 너무 괜찮다. 너무 얌전히 잘 있고 혼자서도 잘 자고, 나름 혼자서도 이것저것 쳐다보면서 논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아내와 장모님의 배려로 집에 오자마자 매일 한 시간 정도는 운동할 수 있다. 집 앞에 YMCA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운동하기도 하고 집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또 지난 이틀은 점심 이후에는 아내는 부족한 잠을 채우고, 장모님도 쉬게 하고 나는 혼자 이나를 보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이나가 낮에는 정말 얌전히 잘 있다.
근데 문제는 역시 밤에 잠을 잘 안 잔다. 밤에는 안아주지 않으면 잘 안 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와 아내가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있다. 내가 주로 밤부터 새벽까지 이나를 돌보고 아내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나를 돌본다.
아직 밤낮 개념이 없고 밤에 잠을 잘 자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니 이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애가 이뻐서 참 다행이다 ㅋㅋㅋ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나가 하루하루 크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이름의 뜻처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난 일주일이었다.